<시평>'당당한 군대' 복원 절실하다

기자 2022. 10. 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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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군의날 행사 6년 만에 정상화

당당한 개최는 안보총화 계기

2018년엔 행진커녕 실내 행사

김정은 핵무기 공격 위협 맞서

동맹과 자체 방어력 강화하고

軍사기 더 높이고 빛나게 해야

건군 74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이 지난 1일 군 지휘부가 모여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열렸다. 실로 6년 만이다. 국군의날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벌어진 6·25전쟁 발발 이후 후퇴를 거듭하던 국군이 반격을 시작해 처음으로 38선을 돌파한 날(1952년 10월 1일)을 기리면서 정해졌다.

한때 여의도광장 등에서의 열병식과 때로는 국군 장병들의 시가행진을 보면서 마음 든든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3년에 한 번씩 하던 시가행진은 1998년부터는 5년마다 갖는 것으로 바뀌었고, 최근의 해당 연도는 2018년이었으나 행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략되고, 그해엔 기념식도 전쟁기념관에서 야간 실내 행사로 치러졌다. 6·25전쟁이 아직 승패를 가르지 못한 채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길고 긴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로서는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국민의 안보 의식도 드높이는 행사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당당하게 엄수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 각국은 크든 작든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 어떤 나라도 자국이 보유한 군대가 다른 나라를 공격해 침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군국주의 아래 일본도 대동아공영권 건설이라는 허황한 명분을 내세워 이웃 나라 침공을 자행하다가 결국 패전국이 됐다. 평화를 지키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숭고한 명분이 뚜렷하고, 역사가 이를 자랑스럽게 기록할 때 제복은 빛나고 복무는 더욱 당당해질 것이다. 이런 역사는 한두 명의 지도자가 아닌 국민정신의 총화로써 이뤄지는 것으로 믿는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금방 끝날 것 같던 전쟁이 이제 언제 끝날지 모르게 양상이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병력 투입을 위해 동원령을 내렸고, 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저항과 도피 행렬이 뉴스가 되고 있다. 명분 없는 전쟁에 국민적 외면과 장병의 사기 저하는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도 극도의 소모전에 지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미국은 전장에서 이겼지만 안방에서 졌다’고 표현했고, 미국은 불명예스럽게 철군하고 말았다. 결국, 무력 사용은 평화와 정의를 수호한다는 뚜렷한 명분과 이를 위해서는 사즉생의 각오를 할 수 있다는 국민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5000년 우리 역사에도 영광과 치욕의 장면들이 섞여 있다. 국군의날에 모윤숙(1910∼1990)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시를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을 새겨 봤다. 6·25전쟁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분들도 계시고, 죽음은 면했지만 상이(傷痍)를 입은 분도 많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적지 않은 분이 이미 타계했을 것이다.

이런 끔찍한 참화를 겪은 나라에서 전쟁 이후 배출된 그 많은 장·차관, 국회의원 등 높은 자리에 어찌해서 ‘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전장에서 싸우다 다리를 하나 잃었다’ 또는 ‘팔을 하나 잃었다’는 분들이 중용되지 못했을까? 단 몇 사람만이라도. 당시의 나라 형편이 정의와 애국심보다 공부와 연구로 지식을 쌓은 분들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차례 전쟁을 겪은 이스라엘에는 모셰 다얀이라는, 한쪽 눈을 잃었지만 유능한 국방장관이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전장에서 적군의 총탄에 왼쪽 눈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지금도 우리 주변에 공직을 맡은 많은 분의 병역 기록에는 구구절절 무슨 사연과 변명이 그리도 많은지. 모두가 다시 한 번 성찰해야 할 우리의 모습이다.

지난 9월 8일 북한은 핵무기를 법에 따라 사용하겠다면서 선제타격의 길을 활짝 열어 놓았다. 핵무기는 상호 확실한 파괴를 불러오는 공포의 균형이 있는 한 섣불리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우리가 내세우는 공포의 균형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자체 방어력을 증강해 가야 함은 더 중요하다. 높은 사기로 충만한 장병들의 정신력이 그 바탕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고, 어떤 역경에서도 함께 전진할 것이라는 국민적 믿음과 지지가 있을 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당당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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