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중소기업승계 징벌적 대못

박민철 기자 2022. 10. 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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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이자 세계 조달시장 1위를 기록했던 유니더스, 손톱깎이 생산으로 세계 1위 매출 정상에 오른 쓰리세븐(777),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 공통점이 있는 중소기업이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승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은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고 기업 승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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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산업부 차장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이자 세계 조달시장 1위를 기록했던 유니더스, 손톱깎이 생산으로 세계 1위 매출 정상에 오른 쓰리세븐(777),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 공통점이 있는 중소기업이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승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율(50%)은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더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보다 높은, 세계 최고(60%)다. 해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으로 세금을 내고, 최대주주가 사망하면 또다시 상속세를 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처럼 부에 대해 막대한 상속세와 소득세를 중복으로 매기는 나라는 없다”며 “징벌적 이중과세의 성격이 짙어 가업(家業) 승계를 포기한다”고 했다.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여전히 낮고 상속세를 현재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가혹한 국민 정서법까지 가세하고 있다.

중소기업 상속의 요건과 자격을 갖추는 것 역시 매우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가업 상속 공제를 이용하는 기업도 적다. 반면, 선진국은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고 기업 승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OECD 38국 중 캐나다, 호주, 오스트리아 등 15국이 상속세가 없다. 스웨덴은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상속단계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미래에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해 이익을 실현할 때 세금 부과)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8년 특례사업 승계 세제를 만들었다. 대표직과 지분 보유 등 요건만 충족하면 상속·증여세 전액에 대해 납부를 유예하는 등 기업에 친화적인 상속세 제도다. 일본은 특례 조치 전에는 10년 동안 신청 건수가 2500건에 불과했지만, 이후에는 30개월 만에 7678건으로 폭증했다. 독일도 2016년부터 350억 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하면서 연평균 1만3000건, 공제 액수로는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가업 상속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가업 승계 시 업종 제한 규정이 없다. 반면, 한국은 2016∼2020년 5년간 연평균 상속 공제 건수가 93건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도 전체 건수의 10%가 넘는 57건이 사후 관리 의무를 지키지 못해 상속세를 추징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 서비스·제조업 최고경영자(CEO) 평균 나이는 2020년 기준으로 54.9세다. 60세 이상은 11만8000명, 70대 이상은 2만1500명에 달한다. 정부가 뒤늦게, 중소기업의 기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가업 상속 때 세제 혜택을 늘린 ‘2022년 세제 개편안’을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기업 승계 지원이 세대 간 자본 이전, 투자, 기술 개발,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회에서 정부 안이 통과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기업이 존속해야 고용도 창출하고 세금도 정기적으로 낼 수 있다. 기업 승계의 길을 터주지 않으면 해외 자본에 넘어가거나 일자리를 뺏길 수밖에 없다. 기업 승계는 단순히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고용과 기술의 승계 또는 제2의 창업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절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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