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알아야 미래 열려.. 한국 발전이 생생한 사례"

박현수 기자 2022. 10. 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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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전 하와이 시장은 3일 저녁 인천 송도 숙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제가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아내와 아이들이 저로 인해 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김 전 하와이 시장은 "저는 시장 재임 시 하와이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제가 그들로부터 수치스러운 존재가 된다면 그건 한국인들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한인회장 대회’ 온 해리 김 전 美하와이 시장

美서 시장직 오른 첫 한국인

“한인들 특별한 DNA 가져

K-팝 등 전세계서 맹활약

어디 살든 한인으로 큰 긍지”

77개국 360명 리더들 참가

이민 120주년 의미 되새겨

글·사진=박현수 기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비롯한 많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거치면서도 오늘날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 한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낍니다.”

미국에서 시장직에 오른 최초의 한인으로 4∼7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한·미수교 140년·한민족 이민 12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3일 방한한 해리 김(84·사진) 전 하와이 시장은 이날 저녁 송도 숙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50일에 걸쳐 도착한 하와이~인천을 10시간 만에 도착해 감회가 깊다”면서 “마치 한국에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것 같다”고 했다. 미주 한인 이민 120년 역사의 산증인이자 미국에서 시장을 3번씩이나 연임한 유일한 한인으로 하와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인천은 1902년 12월 22일, 대한제국 젊은이 121명의 첫 이민단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향한 출발지다. 동포재단은 인천광역시와 함께 이러한 의미를 담아 ‘세계로 간 대(大)한국인 돌아오다’라는 슬로건으로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2022 세계한인회장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에는 전 세계 한인회장과 한인연합회 회장 및 관계자 등 77개국 360여 명의 리더가 참가한다.

김 전 시장은 5일 열리는 세계한인회장 대회에서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향해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한다. 그는 세계 한인회장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과거를 정확히 알아야 다음 세대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며 “어느 지역에 살든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당시 한국 상황이 어려워 하와이로 이민 간 부모와 자신의 슬픈 가족사를 전하며 “한국인 선조들은 하와이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아주 많은 걸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 등 스포츠와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을 보면 한인들은 특별한 DNA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국계 이민자 2세로서 미국에 살면서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며 신임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김 전 시장은 한인회장 대회 초청을 처음엔 거절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인데, 한인들을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는 자신이 참석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우리 한인들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꿈이 있다고 했다. “저의 가장 큰 꿈은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언젠가 평화 통일이 되는 그 날이 꼭 오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한국이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김 전 시장은 하와이에서 청렴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3선 선거 내내 10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은 받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10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제공하면 되돌려 줬다고 한다. 10달러 이하로 제한한 이유는 정치인이 부패하는 가장 큰 원인을 보면 돈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민사박물관과 재외동포재단 측에서 강연료 지급을 위해 계좌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이미 호텔과 비행기 표 등 많은 것을 지원 해 주셨다며 사양했다고 한다. 돈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고자 온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우리를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게 키웠다면 우린 불행했을 거예요. 요즘은 그런 게 많이 결핍된 것 같아요. 금전적인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면 인생의 끝에 다다랐을 때 외롭고 허무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타인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자신도 돌봐야겠지만요. 그러면 인생을 마무리 할 때 아주 평안할 거예요.”

김 전 시장은 하와이에서의 성공 비결과 젊은이들을 위해 조언을 요청하자 공감하는 얘기를 들려줬다.

“어떤 일에 있어서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남이 아닌 스스로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다시 간다고 해도 ‘나는 이 이상으로 더는 못 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면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한편, 한국이민사박물관은 한민족 이민 120년을 기념해 오는 6일 개관식 겸 사진과 영상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간 재외동포 역사를 살펴보는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 사진전과 이진영 감독이 제작한 미국 한인 이민사를 다룬 다큐 ‘무지개 나라의 유산’ 상영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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