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숨겨둔 욕망을 끄집어내는 육성재의 '인생극장'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2. 10. 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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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제공=MBC '금수저'

'내가 금수저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지금 부모 말고 다른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난달 말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김은희, 연출 송현욱·이한준)가 이러한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드라마 '금수저'는 반지하 월세도 내지 못하는 가난한 집 이승천(육성재)이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재벌집 황태용(이종원)과 운명을 바꾸면서 펼치는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데,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까지 더한 속도감 있는 전개로 더욱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사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1회 초반 상황에 분노와 우울감이 극에 치달았을지도 모른다. 편의점 알바와 오토바이 택배 등으로 돈을 벌면서 악착같이 공부하는 승천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 박진석(신주협)과 그의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비극을 슬퍼할 틈도 없이 숨 막히는 현실에 부딪혀야 했다.

승천은 장례식장에서 진석의 죽음을 조롱하는 박장군(김강민)에게 분개하면서도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난 너 안 쳐. 돈 없으니까. 너 치면 돈 드니까"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오히려 장군으로부터 따귀를 얻어맞고 맷값으로 5만원을 받았다. 그 뒤로도 '금수저'는 참담한 계급사회의 현실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걸 목도하게 되는 드라마다.

사진제공=MBC '금수저'

장군을 비롯한 같은 학교 동급생들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악의 인성을 보이며 승천을 괴롭혔다. 이들을 그냥 동급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차마 친구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다. 승천이 사회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 서울제일고는 공부도 공부지만 집안 배경이 대한민국에서 제일이라는, 소위 금수저인 학생들만 다닌다. 그런 아이들이 이런 몹쓸 인성으로 앞으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할 거란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해 채널을 돌리고 싶어질 찰나에 다행히도 분위기가 완벽하게 환기됐다. 승천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노점상 할머니(송옥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라마는 판타지의 문을 열어젖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승천에게 자신이 파는 금수저를 갖고 동갑 친구네 집에 가서 밥을 세 번 먹으면 그 친구와 인생이 바뀐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를 했다. 때마침 승천은 도신그룹 후계자이자 같은 반인 황태용의 집에 가던 중이었으니 할머니 말대로라면 운명을 바꿀 기회였다. 재벌 2세가 된다는데 금수저값으로 내야 하는 거금 3만원이 아깝지 않은 베팅이다.

게다가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지게 된 4억 빚으로 빚쟁이들이 수시로 찾아와 협박하는 집안꼴로 가뜩이나 팍팍한 삶은 없이 산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누명까지 쓰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앞으로 살날이 구만리인 승천이 더 나아질 리 없는 지금의 삶을 버리고 태용의 자리를 탐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처럼 '금수저'는 허무맹랑한 판타지지만 인생 역전을 노리는 이야기로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마침내 이승천에서 황태용으로 바뀌고 난 뒤에는 진실이 탄로 날 수 있는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인생을 정말로 그대로 바꿀 것인지 다시 되돌릴지 3차례나 더 선택의 기회를 줘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판타지 소재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쾌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과연 어떤 삶을 사는 게 좋은 것일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묘한 매력의 드라마다.

사진제공=MBC '금수저'

제작진에 따르면 원작에서는 프롤로그를 통해 '왕자와 거지' 이야기를 다루며 진정한 행복에 관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에 반해 드라마는 조금은 다른 메시지를 제시할 방침이다. 승천이 태용과 거듭 위치가 뒤바뀌는 가운데 계속해서 갈등하고, 고민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니 선택의 기로 때마다 공감대를 이루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과연 시청자들이 수긍할 만한, 시대에 부응하는 메시지를 던져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태용의 삶을 살게 된 승천이 도신그룹 후계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동시에 원래 자신의 부모들이 계속 힘든 삶을 사는 걸 모른 척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모습이다. 승천은 부모를 버리고라도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고픈 인간의 욕망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한편 부모를 정말로 버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승천의 삶을 살게 된 태용은 가난하지만 정이 넘치는 승천의 부모와 사는 삶에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부유한 삶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가난한 삶의 대비를 보여준다. 본래 태용으로 살았을 때 자신을 옥죄던 부모로 인해 공황장애까지 겪게 된 걸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없이 즐거울 수도 있었을 '내가 금수저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은 이렇듯 다소 묵직한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를 이끄는 승천과 태용 두 캐릭터의 흡입력이 중요한데, 각각을 맡은 육성재와 이종원의 몰입도가 상당하다.

육성재는 tvN '도깨비'와 JTBC '쌍갑포차'에 이어 '금수저'까지 연이어 판타지물에 나서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이번 드라마로 복귀하면서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승천의 진중한 무게감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종원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레지던트 2년차 김건 역으로 눈도장을 찍으며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던 중 이번에 육성재와 함께 투톱으로 캐스팅됐다. 안정적이고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육성재와 이종원 외에도 정채연 등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는 수많은 꽃띠 청춘배우들을 지켜보다 보면 이들이 앞으로 만개할 날들에 희망을 걸어보게 된다. 드라마 '금수저'가 보여줄 그 끝이 무엇일지 가늠할 수 없어도, '금수저'에 희망을 걸고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금수저'가 수저 계급론에 함몰된 비관적인 결말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리라 조심스럽게 점쳐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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