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과 이명박
광우병 사태로 MBC와 언론계 구조개편하고 전직 대통령 수사했던 이명박 정권과 닮아
비극적인 사태 초래한 국면전환용 정치적 행위는 다시없어야
대통령 사과로 끝날 해프닝을 정치적 문제로 확대한 대통령실과 여당
국회는 전쟁 전야 같은 극도의 혼란한 모습 결국 국민들만 피해
여야 간 머리 맞대고 수습책 찾아야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한 서면조사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에서는 보내온 이메일을 반송처리하면서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이다. 헌법으로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권력기관이 감사원의 감사행위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하는 것은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4일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감사원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적어도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조사를 하려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거나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대통령이 직접 연관된 사실을 파악했을 때 가능할 것이다. 감사원이 헌법기관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은 반대로 감사원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원전 사업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다. 감사원장직을 중도사퇴하고 당시 야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실세 총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유병호 사무총장 역시 문재인 정권 시절 원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상대로 가혹한 감사를 계속해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최재해 현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믿지 못할 답변을 내놨다. 헌법으로 보장된 감사원의 독립성을 감사원장이 스스로 훼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장의 시각과 인식이 이렇다면 감사원의 감사행위가 공정하고 독립적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통보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행위라는 야당의 반발에 대해 반박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은 참담할 지경이다. 하락할 지지율을 회복하기는커녕 점점 악화만 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울 정도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야당은 외교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거부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는 전쟁 전야와 다름없다. 역대 이런 후진적인 정치권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 꺼내 든 것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다. 이런 모습은 기시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미국 방문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개방을 약속하고 돌아왔다. 광우병파동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쇠고기 수입을 방문성과로 내놓자 들불처럼 반대시위가 번져갔다.
MBC의 광우병 보도도 한몫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내놓은 대책은 MBC에 대한 구조개편과 언론시장 재편이었다. 종편 방송이 무더기로 허가됐고, 언론지형은 큰 변화와 소용돌이 속에 놓였다. 그 후유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다음 수순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여당 내에서는 예전 이명박 정권 시절의 인물들이 전면에 재등장하고 있다. 지금 정치현안에 대한 대응이 당시의 모습과 비슷한 것은 당시의 인물들이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것과는 관련이 없는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날리면' 발언 이후 문제를 언론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하필이면 그 대상이 MBC라는 것도 그렇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 시도 역시 비슷한 수순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 한마디면 끝날 문제가 이제는 여야 간에 퇴로조차 없는 전면전을 남겨놓은 모습이다. 전면전이 누구의 완벽한 승리로 끝날 확률은 전혀 없고, 상처만 남을 것이 뻔하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분명하다. 누가 이 책임을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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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영기 논설위원 cbsmy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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