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건축 부담금, 여전히 문제다

김송이 기자 2022. 10. 4. 10: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라고 하니 '통매각' 생각까지도 해봤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핀셋 규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실현되지 않는 재건축 사업의 추정 이익에 부담금을 내는 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계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라고 하니 ‘통매각’ 생각까지도 해봤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핀셋 규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후 주택을 새 주택으로 바꾸는 건 같은데, 재개발은 그대로 두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에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성수동 일대에서는 재건축을 하는 대신 빌라 전체를 부동산 시행사에 통매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금액을 종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담금 산정 개시 시점을 기존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에서 조합 설립 시점으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거주기간을 제외하고 10년 보유 시에는 재건축 부담금을 줄여주기로도 했다.

금액이 상당히 줄어들긴 하겠지만, 부담금 부과가 가시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재초환 제도는 지난 2006년 도입돼 시행과 유예를 반복하며 아직까지 실제로 부과된 적은 없다. 이번에 정부가 준공 5개월 내에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점을 못 박으면서 부담금 부과는 현실로 다가왔다.

재건축 아파트들이 재초환에 대해 문제를 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다른 정비사업과의 ‘형평성’과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다. 현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속한 사업 중 초과이익 환수 대상은 재건축 사업과 소규모 재건축 사업 뿐이다. 재개발 사업은 낙후지역의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공익 성격이 있다는 이유로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미 실현되지 않는 재건축 사업의 추정 이익에 부담금을 내는 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한 재건축 조합장은 “우리 단지는 부과 시점이 집값 상승기고 옆 단지는 하락기면 부과금액이 크게 달라진다”면서 “부과금을 내고 집값 하락기에 매도한다고 그 돈을 돌려주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계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과 재개발의 운명을 가른 건 공공기여 여부인데, 사실 재개발도 구역별로 사업을 진행해 인근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정도는 재건축과 비슷하다”면서 “제 돈 주고 새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익을 환수하는 명분도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재건축이 인근 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정도도 만만치 않다. 재건축을 진행하며 주변 도로, 학교 등의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용적률을 올린 만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부채납과 세금으로 내는 돈은 늘어나는데 일반 분양가는 정부가 억눌러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진다는 한탄이 나온다.

재건축 부담금이 일부 완화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제도는 여러 측면에서 납세자가 납득하지 못할 만한 부분을 갖고 있다. 당장 최고 부과율도 25%인 토지 초과 이익 환수금의 2배인 50%다.

전문가들은 정부 입장에서도 재초환 시행으로 잃는 게 크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재초환은 서울 내 주요 아파트 공급 수단인 재건축 사업을 가로 막는 장벽 중 하나다. 장기적으로는 재건축 사업을 위축시켜 공급을 줄이고 공급 축소에 따른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제도다.

집값 안정과 직결되는 공급 확대를 위해서라도 재초환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 서울의 집값이 안정기에 들어선 것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일시적 효과다. 결국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는 열쇠는 공급 확대에 있다. 정부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안심하고 있을게 아니라 그동안 서울의 주택 공급이 왜 원활히 못 이뤄졌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