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얼음위성서 생명체에 필요한 '6대 원소' 모두 발견

곽노필 2022. 10. 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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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셀라두스서 마지막 남은 '인' 증거 확인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높여
토성의 얼음위성 가운데 하나인 엔셀라두스. 얼음층 아래에 있는 바다에 생명체의 6대 필수 원소가 모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도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10여곳을 꼽는다.

화성과 금성,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트리탄과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이오, 칼리스토, 가니메데, 그리고 왜소행성 세레스 등이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후보들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환경이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화성이지만, 목성과 토성을 공전하는 얼음위성들도 주목하는 천체다.

그 중 하나가 토성의 작은 얼음위성 엔셀라두스다. 지름 500km인 엔셀라두스는 토성과 23만km 떨어진 거리에서 1.3일에 한 번씩 공전한다.

엔셀라두스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을 탐사했던 카시니호의 관측을 통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 카시니호는 엔셀라두스의 얼음층 아래에 수십km 크기의 액체 물바다가 있으며, 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얼음 입자와 물 기둥에 생명체의 필수 원소들이 거의 모두 포함돼 있다는 걸 발견해 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단 하나 인은 예외였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2015년 엔셀라두스 위성 물기둥 위를 날아가는 모습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독일 베를린자유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이번에 지구화학적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카시니호의 관측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인이 엔셀라두스에도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크리스토퍼 글라인 박사는 “인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엔셀라두스의 얼음 지각 아래 바다에 인이 녹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대로라면 엔셀라두스에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6대 필수 원소가 모두 존재하는 것이어서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엔셀라두스 얼음층 아래의 알칼리성 바다가 뜨거운 암석 핵과 화학 반응을 하면서 핵 속의 인산염 광물을 용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제공

왜 6가지가 생명의 필수 원소인가

생명의 6대 필수 원소는 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 황, 인을 말한다. 원소 기호를 합쳐서 ‘촌스프’(CHONSP)라고도 부른다.

왜 이 6가지가 생명체의 필수 원소에 속할까? 생명체의 세포 구성과 생명 활동에는 포도당과 지방산, 아미노산, 핵산이라는 네가지 물질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물질에는 모두 탄소와 수소, 산소가 공통적으로 필요하다. 포도당과 지방은 이 세가지 원소의 화합물이다. 단백질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에는 질소와 황(일부 아미노산)이, 유전자 기본 단위인 핵산(DNA, RNA)에는 질소와 인이 더 추가된다. 인은 또 모든 생명체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분자인 ATP(아데노신3인산)의 핵심 원소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탄소와 수소, 산소 3가지는 생명체의 최소공약원소이며 여기에 질소와 황, 인까지 합치면 생명체의 최소공배 원소라고 할 수 있다. (<탄소교향곡> 로버트 헤이즌 지음, 김홍표 옮김)

물론 6대 생명 원소의 존재가 곧바로 생명체의 탄생과 번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소들이 서로 어울려 다양한 유기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 생명 활동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를 구성하는 구리, 철, 망간, 니켈 같은 전이원소들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6대 원소의 존재는 최소 기본 요건은 갖췄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엔셀라두스에서 내뿜는 물 기둥에서 수소, 이산화탄소 외에 메탄가스를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기대감을 더 높였다. 메탄은 미생물의 번식을 비롯한 생물학적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는 물질이다.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E고리에 위치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보다 인 농도 최대 1000배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카시니호가 13년 동안 토성의 E고리에서 수집한 얼음 알갱이들을 다시 분석했다. 이 알갱이들의 고향은 엔셀라두스의 물얼음 기둥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09년에 이뤄진 연구에서는 여기에서 인 화합물을 찾아내지 못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분석 결과 1000개 알갱이 중 9개에서 나트륨, 산소, 수소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염(예컨대 인산염)으로 인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나왔다.

고리에 이 정도 비율로 인이 있다면 엔셀라두스의 바다에는 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돼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지구 생명체에서 인산염 형태의 인은 DNA와 RNA, 세포막, 뼈 등의 필수 구성 원소다.

프랑크 포스트베르그 자유베를린대 교수(행성과학)는 지난달 20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유럽행성과학회의에서 “지구의 바다보다 인 농도가 100~1000배 높다”고 말했다.

토성과 고리, 위성들의 배열. 엔셀라두스는 E고리 내에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유기 인산염 확인 땐 신호 더 확실

인은 그러나 탄소가 함유된 유기분자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유기 인산염은 생명체와 관련한 더 확실한 신호이지만 연구진이 사용한 분광기의 해상도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포스트베르그 교수는 “그러나 이것이 유기 인산염이 없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베를린자유대 피에트로 마테오니 교수는 “엔셀라두스는 이미 태양계에서 거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 중 하나였다”며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더 높여줬다”고 말했다.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여섯번째 큰 위성으로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어 태양계에서 가장 빛 반사율이 높은 천체 중 하나다. 표면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염수와 암모니아, 메탄, 프로판 같은 유기분자를 포함한 많은 화합물이 있다. 더 깊숙한 곳에서는 열수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도 찾았다. 열수는 생명체가 탄생해서 번성할 수 있는 열원 역할을 할 수 있다.

9월29일 나사의 목성 탐사선 주노가 얼음위성 유로파를 근접비행하면서 찍은 유로파 표면. 나사 제공

목성 얼음위성 유로파에 거는 기대

과학자들이 엔셀라두스보다 더 크게 주목하고 있는 천체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다.

달보다 약간 작은 유로파는 15~25km 두께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액체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셀라두스와 마찬가지로 물기둥도 관측됐다.

나사는 최근 목성 탐사선 주노를 유로파 쪽으로 돌려 지난달 29일 20여년만에 가장 가까운 352km 지점까지 다가가 근접 촬영을 했다. 나사는 이번 비행에서 여러 장의 고해상도 사진과 함께 유로파의 얼음 껍질 구조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밝혔다.

나사는 2024년엔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6년을 날아 2030년 유로파에 도착한다. 나사가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겨냥해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유로파클리퍼가 처음이다.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그만큼 유로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뜻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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