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감사원, 독립 헌법기관..대통령 언급은 부적절"(종합)
(서울=뉴스1) 김일창 유새슬 기자 = 감사원이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추진한 것을 두고 여야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했고, 문 전 대통령은 불편함을 표시했단 이야기가 있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기획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3일)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의 서면 조사에 대한 관련 보고를 받은 문 전 대통령이 "대단히 무례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감사원은 평산마을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비서실은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대해 정확한 확인을 요청하며 질문서 수령 거부의사를 밝혔다.
감사원은 이후 비서실에 이메일을 발송해 서면조사를 재차 요구했다. 지난달 30일 비서실은 메일을 반송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불쾌감이 보도되자 감사원은 전직 대통령들도 서면조사 요청을 받은 바 있으며, 그 중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감사원은 같은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감사원은 감사 수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직(前職)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질문서 발부 사례를 보면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보낸 바 있다"며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질문서를 수령해 답변했고 감사원은 이를 감사결과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최근 들어서도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전달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두 전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감사원은 기존에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감사결과를 정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7월19일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 등이 필요해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게 보낼 질문서를 지난달 28일 작성했고, 전달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과정에서 그 누구도 예외나 성역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에 "일반 원칙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여야는 이번 사안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도 특권 뒤에 숨을 수 없다고 서면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권력의 사적 남용을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을 보호하고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라고 특권을 가질 수 없다"며 "오히려 당황스럽게 무례하다고 화를 낸 것을 보고 '정말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문제가 많구나', 문제가 없으면 있는 대로 말하고 답변하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해수부 공무원이) 살아있는 동안 6시간 이상이나 조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전혀 조치가 없었다"며 "대통령실의 조치가 어떻게 됐는지 묻고 조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고 그 직을 맡았던 분은 답변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다가 과거 정권들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지난 역사를 꼭 되돌아보기 바란다"며 "윤석열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권력자는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며 "이미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 몰이를 빌미로 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복 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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