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 수의계약 횡행..7년간 924억원 불공정 적발

조성신 2022. 10. 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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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 업체들과 체결한 수의계약이 최근 7년 동안 1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디자인공모·비밀 등 부적합한 계약 관행과 규정 위반에도 퇴직자 재취업 업체들과 수의계약이 횡행한 데다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만 관리하고 있어 실상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국토위 소속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LH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최근 7년 동안 (2016~2022년 6월 말기준)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체결한 계약은 총 8051억원(150건)으로 집계됐다. 계약체결 유형은 수의계약 924억원(52건), 제한경쟁 5017억원(16건), 일반경쟁 2101억원(79건), 기타 9억원(3건) 등이다. 사업 유형별로는 공사계약 4722억원(8건), 용역계약 3329억원(142건), 물품계약 0원(0건) 등이다.

수의계약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디자인공모(22건)는 그동안 심사·평가위원 사전접촉 등 심사·평가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사전접촉을 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내부 위원들이 적발돼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비밀·보안(21건)도 국가계약법상 명시하고 있는 국가안보나 외교관계, 공익목적 등의 사유가 아닌 국토부 보도자료 등 사전에 이미 알려진 사업에 대한 계약을 비밀보안 사유로 체결한 수의계약도 적발됐다.

또한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경쟁입찰보다 실적, 면허, 지역을 제한하는 제한경쟁입찰은 발주처인 LH가 입찰 참가자 자격을 제한할 여지가 열려있어 사실상 '전관예우' 불공정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해 LH건설관리용역 내역을 분석해 입찰 참여 업체수를 제한하는 종합심사제 방식의 입찰 담합과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들의 계약 수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7년 동안 3급 이상 퇴직자는 849명인데 비해 LH가 관리하는 2급 이상 퇴직자는 7명에 그쳤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이 재취업한 업체들은 공교롭게 건설사 1곳, 감정·건축·경호 등 용역사 5곳으로 계약 실적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2급 이상 퇴직자들은 3년 이내 취업 제한에 걸린다. 하지만, 대다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통해 사외이사, 고문, 부회장, 부사장으로 재취업하게 된다. 올해 들어 퇴직한 3명은 1~6개월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조 의원은 "LH는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 업체들에게 지속적인 수의계약, 제한입찰 등의 방법으로 불공정 계약를 해왔다"면서 "LH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 관행을 청산하고 계약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측은 "LH는 정부 혁신안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5년 이내 퇴직자가 근무 중인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기술심사위원 전원을 외부위원으로 운영하고,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통해 부정당계약을 지속 근절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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