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리더십에 논란은 정면돌파 ..'스트롱 우먼' 유럽을 강타하다

손우성 기자 2022. 10. 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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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 Global Window -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 ‘3대 지도자’ 집중분석

- 영국 트러스 총리

러·中 강경 대응 ‘한다면 한다’

감세안 역풍 맞자 한발 물러서

- 이탈리아 멜로니 대표

총선 승리 이끌며 첫 女총리 취임

親러 세력 연합…EU 와해 우려

- 핀란드 마린 총리

파티영상 누출…부적절 처신 논란

“나도 사람” 해명…힐러리도 응원

유럽에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가 열렸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대통령과 총리 등 유럽 각국 고위직 여성 인사는 20여 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對)러시아 최전선에 서 있는 에스토니아는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여성이다. 케르스티 칼률라이드(53) 대통령은 2016년 에스토니아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카야 칼라스(45) 총리는 지난해부터 내각을 이끌고 있다.

특히 3040세대 여성 정치인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압승을 거두며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직을 사실상 예약했다. 영국에선 리즈 트러스(47) 총리가 영국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주도한 산나 마린(37) 총리도 유럽의 대표적인 젊은 여성 정치인이다. 외신들은 멜로니 대표와 트러스, 마린 총리를 일컬어 ‘유럽의 3대 여성 지도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각종 논란과 추문에도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입지를 굳혔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총선을 결산하는 칼럼에서 “전 세계 어린 소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젊은 여성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긍정적인가”라고 평가했다. 중년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를 흔들고,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나이·성별과 상관없이 급진적인 정책과 과격한 언행, 사생활 논란으로 사회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디언은 다른 칼럼에서 “여성이 남성만큼이나 끔찍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 사람의 정치 실험 성공 여부가 젊은 여성 정치인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행동대장’ 英 트러스…감세 정책 철회 후폭풍 = 트러스 총리는 ‘제2의 대처’ ‘돌아온 철의 여인(iron lady)’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한다. 보수당 전당대회 기간 내내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예고한 트러스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가 마무리되자 곧바로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는 지난달 23일 450억 파운드(약 69억8656만 원) 규모의 감세안을 내놨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다면 한다”는 행동대장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준 행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며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현시점에서 대규모 재정 정책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영국 정부에 자제를 촉구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650억 파운드(100조9073억 원)를 투입해 14일까지 장기국채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외신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트러스 총리의 과욕을 질타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감세 정책 패키지 중 하나인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영국 가디언은 “취임과 동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트러스 총리의 무리수를 꼬집었다.

트러스 총리의 불같은 성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그는 연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트러스 총리는 자신이 모든 사안을 주도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伊 멜로니…EU 와해의 서막? =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자 전 세계 이목은 극우 정당 FdI 수장 멜로니 대표에게 쏠렸다.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취임을 눈앞에 둔 멜로니 대표는 1922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정당의 집권이라는 이정표도 함께 세웠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는 별명의 소유자이자, 15세에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결성한 네오 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활동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력 탓에 반이민, 반난민 정서가 이탈리아에 팽배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낙태권도 뜨거운 감자다. 정통 기독교 교리를 따르는 멜로니 대표가 낙태권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이탈리아 전역에선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탈리아가 낙태할 권리 등 인권 가치를 존중하는지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의 와해를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과 우파연합을 결성해 총선을 치른 만큼 EU의 러시아 견제 단일대오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경기 침체에 대한 반발 심리를 발판삼아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멜로니 대표의 독자 행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멜로니 대표는 “EU와 유로존 탈퇴는 절대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수차례 밝혔다.

◆‘광란의 파티’ 정면 돌파한 핀란드 마린…나토 가입 승부수 = 마린 총리는 지난 8월 파티 영상이 인터넷상에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특히 영상에 핀란드어로 ‘코카인’ ‘암페타민’으로 추정되는 단어를 외치는 소리가 녹음돼 마약 복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후 사비를 들여 약물 검사를 받고 마약 논란에선 벗어났지만, 핀란드 안팎에선 1985년생 젊은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핀란드 MTV3 방송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분의 2가 “심각한 실수”라고 답하는 등 여론도 등을 돌렸다.

하지만 마린 총리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는 “나도 사람이다”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가끔은 즐거움과 밝음, 재미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단 하루도 일을 빼먹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여가에 무엇을 하는지보다 일터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위터에 2012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기간 춤을 추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마린 총리를 향해 “계속 춤을 춰라”는 응원의 문구를 남기는 등 응원이 쏟아졌다.

마린 총리는 70년간 지켜온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는 배짱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 정신을 존경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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