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왕자·공주 지위 박탈한 덴마크 여왕 "미안하지만.."

김태훈 2022. 10.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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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에 대한 차별인가, 군주제 유지를 위한 결단인가.'

장차 왕위를 계승할 왕세자가 아닌 왕자의 자녀들한테서 왕자 및 공주 지위를 거둬들이기로 한 덴마크 왕실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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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아닌 차남의 자녀들만 '백작'으로 격하
"손주들 똑같이 사랑.. 단 왕실 규모는 줄여야"

‘차남에 대한 차별인가, 군주제 유지를 위한 결단인가.’

장차 왕위를 계승할 왕세자가 아닌 왕자의 자녀들한테서 왕자 및 공주 지위를 거둬들이기로 한 덴마크 왕실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1972년 덴마크 왕좌에 오른 마르그레테 2세는 올해 즉위 50주년을 맞았으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후 ‘유럽 최장수 재위 군주’의 타이틀을 넘겨받았다.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에 참석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런던=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2세는 차남 요아킴 왕자가 낳은 손주 4명에게서 왕자·공주 지위를 박탈키로 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최근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번복할 뜻은 없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놓았다. 이 조치는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며, 손주 4명은 기존의 왕자·공주에서 모두 ‘백작’으로 격하된다.

올해 82세인 여왕은 프레데리크와 요아킴 두 아들을 뒀다. 장남 프레데리크는 현재 왕세자이며 그가 낳은 자녀 4명은 계속 왕자·공주 지위가 유지된다. 자연히 둘째 아들인 요아킴 왕자 입장에선 ‘장남만 우대하고 차남을 차별하는 조치’로 받아들일 만하다.

실제로 요아킴 왕자 부부와 그 자녀들은 주변에 “충격적이다” “학대를 당한 것 같다” 등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파문이 확산하자 마르그레테 2세는 성명에서 요아킴 왕자 부부 및 손주들이 입을 상처를 배려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그는 “내 아이들과 며느리들, 손주들이 나의 큰 기쁨이자 자랑거리란 점은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 우리 가족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 평화를 되찾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사진은 지난 9월 열린 즉위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코펜하겐=AFP연합뉴스
가정불화까지 감수하면서 여왕이 왕실 규모를 줄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은 덴마크 입헌군주제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결단이란 평가가 많다. 덴마크는 유럽 군주국들 중에서도 왕정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서거를 계기로 군주폐 폐지론에 불이 붙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마르그레테 2세는 앞서 “왕실도 시대와 함께해야 하며 그것만이 군주제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란 소신을 밝히면서 “그러려면 왕실을 소규모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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