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감독 나와!" 유행이 문화가 되진 않았으면..

김형중 2022. 10.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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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팬들 간 소통의 자리.

선수들이 들어가자 팬들은 안익수 감독까지 불러내며 항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졌다고 또는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형편 없었다고, 팬들이 그들을 불러 놓고 질타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사과'라면, 감독과 선수는 공식적인 루트인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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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감독과 팬들 간 소통의 자리. 언뜻 들으면 선진 축구 클럽을 위한 발전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K리그 판의 이러한 자리가 다른 의미로 생기는 것 같다.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K리그1 34라운드 경기 후, 기성용과 서울 서포터스 간의 언쟁이 있었다. 무기력한 패배에 대한 항의, 좋지 않은 경기력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그러나 그 과정 중에 욕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선수 가족을 향하는 욕설까지 나오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선수들이 들어가자 팬들은 안익수 감독까지 불러내며 항의를 이어갔다. 결국 안익수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좋지 않은 경기력과 연이은 패배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뿐만이 아니다. 최근 좋지 않은 이유(?)로 감독과 팬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올 시즌 성남FC는 9라운드 전북현대전 패배 이후 당시 김남일 감독이 서포터석을 찾아간 바 있다. 수원FC와의 13라운드 무승부 이후에는 일부 팬들과 즉석 만남이 진행됐다.

대구FC도 경험이 있다. 지난달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0-5 대패를 당한 뒤 성난 팬들이 선수단 버스 주변에 모여들었다. 퇴근하는 선수단에 강하게 항의했고 주장 세징야와 최원권 감독대행이 마이크를 잡았다. 특히 최원권 감독대행은 눈물의 호소를 하며 나아진 경기력을 약속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도 마찬가지다. 대구전 5-0 승리 직전 경기였던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0-0으로 비기자 팬들은 김상식 감독과 대면을 요구했다. 김상식 감독이 아무런 대응 없이 버스를 타고 떠나자 이번에는 허병길 대표이사 아웃을 외치며 항의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응원하는 팀이 이기지 못하는 것에 대해 팬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선수단은 그 팬들이 있기에 뛸 수 있는 것을 자각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졌다고 또는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형편 없었다고, 팬들이 그들을 불러 놓고 질타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축구 종주국 영국도 우리보다 더한 강성 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감독이 마음에 안 들면 ‘OOO감독 OUT’라는 집단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경기 시간을 전후해 단체로 경기장 주변을 돌며 일종의 시위를 한다. 과거 세 시즌 간 프리미어리그를 현장에서 보며, 경기에 졌다고 감독을 서포터스석 앞으로 불러내는 관중들은 없었다.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 팬들에게 사죄의 의미로 해당 경기의 티켓 구입비를 환불해 주는 경우는 있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감독 불러내기가 K리그의 문화가 될까 우려된다. ‘저 팀 감독은 나왔는데 우리 팀 감독은 왜 안 나오냐’ 식의 논리가 될 조짐이다. 물론 팬들은 경기장에서 어떤 구호든 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감독이나 선수가 그 구호에 모두 응할 의무는 없다. 설사 그들이 팬들 앞에 선들 당장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팬들이 원하는 것이 ‘사과’라면, 감독과 선수는 공식적인 루트인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해야 한다.

어떠한 리그든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기 마련이다. 꼴찌를 한다고 그 팀 감독과 선수가 매번 팬들 앞에 불려 나가 사과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팬들에게 사죄하고, 다음 경기에서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전술과 전략을 보완하고 선수들은 죽을 힘을 다해 뛰어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경기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김형중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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