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온다, 택시비 2000원" 서울 상암 유료 자율차 타보니

박순찬 기자 2022. 10.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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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자율차 정류장에 도착한 10인승(승객 기준) 자율주행 버스. 요금은 1200원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해 탑승할 수 있다./남강호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 ‘서울자율차’ 정류장. 근처를 돌고 있는 유료(有料) 자율주행 택시·버스 6대(총 7대 중 1대는 점검 중)의 실시간 위치가 표지판에 나타났다. 호출 앱인 ‘탭(TAP)’을 열어 승·하차 위치를 입력하고 10인승 쏠라티 버스를 선택하자 스마트폰 화면에 ‘탑승 예정 시간’과 좌석 번호(2D)가 적힌 탑승권이 나타났다. 10분 후 서울대 자율주행 연구진이 설립한 업체(SUM)가 운영하는 버스가 눈 앞에 나타났다. 아직은 정해진 구간만 운행하는데 거리와 무관하게 택시는 2000원, 버스는 1200원을 받는다.

버스 내부 대형 모니터엔 주변 상황과 함께 신호등 색(色) 정보, 다음 신호까지의 대기 시간이 초 단위로 나타났다. 자율차가 악천후에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교통 정보를 0.1초 단위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안전요원으로 조수석에 탑승한 박상욱 SUM 자율주행운영팀장은 “호출 기반이기 때문에 승객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외신과 실험실 속 이야기로만 여겨지던 자율주행 택시·버스가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일반 시민이 돈을 내고 자율주행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곳은 상암뿐이었지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청계천에서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42dot)이 특수 제작한 미래형 디자인의 자율주행 버스가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연내 청와대 인근에서도 자율주행 버스 2대가 청와대 방문객들을 무료로 실어나를 예정이다. 서울시는 내년 중 홍대~흥인지문(동대문) 구간을 다니는 심야 자율주행 버스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도 지난달 29일 판교에서 현대차의 자율주행 버스가 시범 운행에 돌입했다.

자료=서울시·현대차

◇'실험실’ 밖으로 나온 자율차… 자율택시·버스 서울 청계천·상암 등 전국 14곳 운행 확대

서울과 경기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자율주행 시범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기존 7곳이었던 전국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를 총 14곳으로 대폭 늘렸다. 당초엔 서울 상암, 세종, 제주 등이었는데 서울 강남·청계천, 경기 시흥, 강원 강릉·원주, 전북 군산, 전남 순천을 추가한 것이다. 이 지역은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는 특례 지구다.

자율차 업계에선 “도로 위에 자율차가 늘고 있다는 것은 기술 수준과 시민들의 수용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의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지수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자율주행 관련 기업이 많지 않고 누적 운행 거리도 미국·중국에 크게 뒤지지만 1년 만에 여섯 계단을 올라서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한 자율주행 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5G(5세대) 통신망이 전국에 깔려 있는 데다 반도체와 완성차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자율주행차 확대에 유리한 여건”이라며 “이제는 많은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9월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로보셔틀'이 도로주행을 하고 있다./뉴스1

◇이용률은 낮은 편… “직접 타봐야 수용성 높아져”

자율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이용은 아직은 많지 않은 편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상암 지구에서 자율차를 호출한 건수는 총 1574건, 탑승객은 2128명이었다. 하루 10여 명꼴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버스에 비해 운전이 서툴고, 속도도 늦다 보니 당장은 ‘호기심’ 탑승이 대부분이다. 자율차는 기존 운수업체가 수익성 때문에 운영하지 않는 노선을 다니고, 교통 약자인 장애인용 자율택시를 도입하는 등 시장의 빈 곳을 채우고 있다.

서울시 최종선 자율주행팀장은 “그간 자율차는 실험실 속에나 있는 존재였는데, 이젠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시민들이 실제로 접하는 ‘서비스’ 단계로 진입하는 중”이라며 “지금은 지자체의 서비스 용역을 통해 운영하지만, 향후 민간 사업자가 유료 운행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성을 갖추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 김정우 이사도 “서울, 판교, 제주 어디를 가도 자율차를 탈 수 있는 시대가 되면, 결국 승객과 운전자 나아가 사회 전반의 자율차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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