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필수 의료 공백, 진료수가 현실화로 풀어야

김진하 산부인과 의사 2022. 10.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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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진료를 받아 본 사람은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고 비용도 저렴하며, 의료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가 부족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뇌수술을 받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이 화두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뇌혈관 외과 의사 등이 부족한 것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 수가는 OECD 평균에 비해 항목에 따라 10~50% 수준이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고위험·고난도 분야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의사 입장에서는 힘들고 위험하며 경제적 보상도 낮은 분야에 종사할 동기가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보조 인력 인건비, 시설·장비 비용 등이 상승했지만 의료수가는 동결되다시피 한 결과다. 현 의료수가는 원가보다 낮다는 연구도 있다. 필수 의료 분야의 낮은 의료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없다.

한국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조금 낮지만, 의사 수 증가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료 인력 배치가 구조적으로 불균등한 것이 문제다. 의사는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고위험·고난도 힘든 분야의 의사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의과대학 신·증설로 의사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료과목 중 위험 분야, 기피 분야의 의료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농어촌 지역 의료기관에는 별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지역별 차등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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