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作에 우리의 삶을 비춰본다.. 돌아온 '미술 에세이'

곽아람 기자 2022. 10.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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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위주 '도슨트 북' 유행에서 '위로' 키워드 에세이로 변화해

지난달 21일 출간된 미술 에세이 ‘그림의 말들’(클랩북스)은 출간 열흘 만에 중쇄를 찍었다. 고등학교 사회 교사 출신인 태지원씨가 밀레의 그림을 통해 소박한 삶을 배우고, 다리가 불편했던 툴루즈 로트레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법을 깨달은 이야기를 적었다. 최혜진 클랩북스 팀장은 “그림에 대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그림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미술 에세이가 돌아왔다. 올 초까지만 해도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미술 관련 책은 도슨트(docent·전시 안내인)처럼 간략한 정보를 주는 이른바 ‘도슨트 북’이었다. 출판계에선 “더 이상 미술 에세이는 팔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돌았다. 불과 반년 새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8~9월만 해도 미술 에세이가 쏟아졌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진병관씨가 그림을 통한 위안을 다룬 ‘위로의 미술관’(빅피시), 컨설턴트 정시몬씨가 루브르 미술관 등에서 그림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할말 많은 미술관’(부키), 미술 저술가 강필씨가 자화상에 담긴 상처와 치유를 이야기하는 ‘화가들의 인생 그림’(지식서재), 시인이자 미술사 연구자인 임희숙씨가 우리 미술 속 삶과 죽음을 짚은 ‘살다 사라지다’(아트북스)…. 최혜진 클랩북스 팀장은 “우리 책이 나올 즈음 비슷한 콘셉트의 책이 많이 쏟아져 당황했다”고 했다.

미술 에세이가 부활한 까닭은 뭘까? ‘할말 많은 미술관’을 기획한 김송은 부키 편집자는 “이미 ‘도슨트북’은 충분히 나왔다. 독자들이 이제는 그림에 대한 의견이나 사유를 담은 책을 찾을 때라 생각해 에세이가 읽힐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살다 사라지다’를 낸 아트북스 임윤정 팀장은 “도슨트북을 통해 미술관을 체험한 독자들이 이를 갈무리해 감상할 수 있도록 시장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기세가 꺾이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달 출간된 ‘생애 한 번쯤은, 아트로드’(더쿱디스트리뷰션)는 잡지기자 출신 김영주씨가 세잔이 걷던 길, 마티스가 바라보던 바다 등을 찾아간 여행기. 저자는 “2020년 2월 원고를 마무리했지만 ‘위드 코로나’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출간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소설에 불던 ‘힐링’ 열풍이 미술 에세이로도 옮겨왔다. 상당수가 그림을 통한 ‘치유’를 말한다.

10여 년 전 미술 에세이 열풍이 불었을 땐 미술사학자 등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이번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등을 통해 책을 내게 된 미술 애호가 저자들이 두드러진다. 한 출판인은 “저자의 외연이 확장되는 건 환영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낸 단편적인 지식을 팩트 확인 없이 감상을 곁들여 ‘힐링’으로 포장하는 책들이 주류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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