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산성비와 배출권거래제

국제신문 2022. 10.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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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초강력 태풍 등 특이한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을 기후 변화로 꼽고 있다. 국내에서 30년 전 기후 관련 최대 이슈는 산성비였다.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으로 이산화황(SO2) 질소산화물(NOx) 수은 등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폭증하고 이러한 물질들이 눈·비에 흡수된 결과였다. 당시 비 예보가 있으면 우산을 제일 먼저 챙겨야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산성비 문제는 국내보다 일찍 사회 이슈화됐다. 미국에서는 세금 부과, 오염배출업체 이전 등 전통적 규제정책을 배출권거래제로 전환해 산성비 문제를 해결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가 환경오염원의 사회적 비용 문제를 제기한 후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이론 연구, 시뮬레이션, 배출감축 시범사업 등을 거쳐 배출총량제한 및 거래(cap and trade) 방식의 제도가 마련됐다.

배출권거래제에서 규제 당국은 오염물질의 총배출한도를 매년 줄여가는 방식으로 설정하고, 오염원 배출업체에 매년 개별 한도를 부여한다. 배출업체는 한도 내로 오염원을 배출해야 한다. 만일 한도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했다면 그 차이만큼의 배출한도(배출권)를 시장에서 팔고, 반대로 한도보다 많이 배출했다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한다. 이렇게 배출업체 간 배출량 대비 배출한도의 과부족을 시장에서 거래해 사회 전체의 오염원 배출량 저감 비용을 최소화한다.

미국 EPA(환경보호청)는 청정대기법에 배출권거래제 근거 마련 후 1995년부터 200여 개의 발전소를 대상으로 이산화황 배출권거래제(산성비 프로그램)를 개시했다. 이후 질소산화물 수은 오존 등으로 오염물질을 확대했다.

유럽에서는 각국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배출권거래제 대신 국가별로 대기오염물질에 세금을 부과해 산성비 문제에 대처했다. 그 결과,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한 미국 발전소의 이산화황 배출총량은 1995년 11.9t, 2005년 10.2t에서 2021년 0.94t으로 대폭 감소한 반면, 유럽(27개국)의 이산화황 배출총량은 2005년 7.1t에서 2020년 1.4t으로 비교적 적게 줄었다.

미국 산성비프로그램의 성공은 세금 정책에 비해 비용효율적인 배출권거래제 채택에 있으며, 배출업체와 시민사회단체, 중개회사 등의 다양한 제3자가 거래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1997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명시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유럽에서도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착수했다. 2002년 영국의 거래제를 필두로 EU 탄소 배출권거래제는 2005년에 시작됐다. 배출업체 금융회사 시민사회단체 개인 등이 EU탄소배출권을 직접 또는 선물거래로 매매하는 세계 최고 시장으로 발전했다.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부 EU 국가는 탄소 세금 정책을 채택했으며, EU의 수입제품에 대해 타국 수출기업에 EU와 수출국 간의 배출량 또는 배출권 가격 차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CBAM)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저감 핵심 정책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채택해 2015년부터 한국거래소가 탄소배출권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 단위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EU 다음으로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배출권 시장은 배출업체와 일부 은행 증권사만 참여 가능하고 시장안정화수단도 부족하다. 현재 정부는 배출업체 외의 제3자 참여와 선물시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업체뿐만 아니라 시민도 전기 냉난방 교통 등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처럼 시민사회단체 등이 배출권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사서 자신의 탄소배출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시장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2030 월드엑스포 개최를 부산이 유치 중인데, 이를 탄소중립 엑스포로 추진한다면 그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부산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 및 행사에서도 전기 절약, 일회용품 사용 제한 등의 탄소저감활동에 더해 국내 탄소배출권이나 탄소감축 크레딧을 구입해 탄소배출 제로를 유도한다면 부산은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손꼽힐 것이다.

박찬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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