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쏘아올린 '망 이용료 의무화' 논쟁.. 美·EU로 번져간다

김봉기 기자 2022. 10.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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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서 통신사·빅테크 힘겨루기.. EU도 조만간 입법 검토할듯

SK브로드밴드와 미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간 다툼에서 촉발된 ‘망(網) 이용료’ 논쟁의 파장이 법정을 넘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넷플릭스처럼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IT 콘텐츠 기업에 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입법 논의를 세계 최초로 시작하자, 유튜브를 운영하는 미국 구글이 넷플릭스에 가세해 법안 반대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한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통신 업계를 중심으로 망 이용료 부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럽연합(EU)도 관련 입법 검토에 나섰다. 빅테크들이 몰려있는 미국 내에서조차 “네트워크 망 구축에 빅테크들이 공정한 몫을 기여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움직임에 구글, 넷플릭스 지원

국내에서 시작된 망 이용료 논쟁은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통신 업체에 망 이용료를 따로 내는 반면 트래픽 1·2위인 구글과 넷플릭스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에서 시작됐다. 역차별 논란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정 다툼으로 번져, 지난해 1심에서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0~12월 주요 IT 기업들의 하루 평균 데이터 트래픽을 측정한 결과,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이 국내 전체 트래픽의 27%, 넷플릭스가 7.2%로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양측의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IT 기업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이 7건의 관련 법안을 제출해 현재 담당 국회 상임위인 과방위에 상정돼있다. 과방위는 지난달 2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이번 달 국감 기간에 구글과 넷플릭스 관계자를 불러 망 이용료 질의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 국회가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법안의 잠재적인 타깃인 미국 빅테크들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의 거텀 아난드 아태 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공청회 당일 자사 블로그에 “망 이용료를 부과하면 콘텐츠 플랫폼(유튜브)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기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유튜버와 이용자들에게는 “법안 통과 반대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며 여론전에도 나섰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는 지난 30일부터 한국 내 화질을 기존 1080픽셀(화소수)에서 720픽셀로 낮췄다. 트위치는 한국에서 화질을 낮춘 것과 관련, “한국에서 트위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다”며 사실상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망 이용료 분쟁이 한·미 간 통상 이슈화할 조짐도 불거졌다. 최근 브라이언트 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한국 담당 부대표보가 미 대사관 관계자들과 방통위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U도 관련 입법 검토…글로벌 이슈화

구글과 넷플릭스 미국 본사가 한국 국회의 망 이용료 법안 추진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망 이용료 문제가 서서히 이슈화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한국이 선례가 돼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유럽 7개 통신협회는 빅테크의 망 투자 기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빅테크 기업이 지속적인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인터넷 생태계 성장에 공정한 몫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에는 유럽 16개 통신 업체들이 빅테크의 망 투자 비용 분담 촉구 성명도 냈다. 미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구글·넷플릭스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인프라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률안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브랜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EU 관계자들을 만나 “빅테크들은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빅테크가 공정한 몫을 기여하기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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