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톡] 해외 명품 아동복만 늘어놓는 백화점.. 가격표 보고 출산 망설일까 두렵네요

송혜진 기자 2022. 10.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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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백화점이 오는 14일까지 명품관에서 국내 최초로 ‘톰브라운’의 키즈라인 임시매장을 연다. 성인 명품 의류의 크기만 줄여놓은 것 같은 아동복을 판매한다. 셔츠 59만원, 카디건 104만원, 재킷 166만원, 트렌치코트는 200만원 정도다. /톰브라운키즈 홈페이지

셔츠 59만원, 카디건 104만원, 재킷 166만원…. 갤러리아 백화점이 오는 14일까지 명품관의 ‘톰브라운’ 키즈라인 임시 매장에서 파는 아동복 가격입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이번에 국내 최초로 톰브라운 아동복의 임시 매장을 열었습니다. 성인 명품 의류의 크기만 줄여놓은 것 같은 아동복을 판매합니다. 가뜩이나 고(高)물가 시대, 가격표만 봐도 아찔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나라입니다. 올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0.75명(2분기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꼴찌입니다. 국내 중저가 아동복 업체들은 매년 눈물의 폐업을 맞고 있습니다. ‘알로앤루’ ‘알퐁소’ 같은 아동복을 만들어 팔던 유아·아동 전문 업체 ‘제로투세븐’은 지난달 말에 패션 부문 사업을 접고 화장품 사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매출이 줄고 적자가 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아동 의류 사업을 그만하기로 한 것입니다. 코오롱 FnC도 자사 첫 아동복 브랜드였던 ‘리틀클로젯’을 운영을 지난 8월 접었습니다.

반면 주요 백화점 4사는 해외 명품 아동복 수입에 더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를 적게 낳을수록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부모 심리를 노려 명품 아동복 판매를 강화한 것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베이비 디올’ 매장을 연 데 이어 ‘지방시 키즈’ ‘펜디 키즈’ 매장을 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경기 동탄점은 아동복 편집 숍 ‘퀴이퀴이’에서 ‘오프화이트 키즈’ ‘마르지엘라 키즈’를 들여왔고, 현대백화점도 편집 매장 ‘쁘띠 플래닛’을 통해 ‘봉통’ ‘몽클레르 키즈’를 입점시켰습니다. 하나같이 아이 옷 한 벌에 50만~200만원씩 합니다.

아무리 소비 양극화가 추세라지만 국내 아동복 업체들이 폐업 길목에 선 상황에서 해외 명품만 앞세우는 백화점 업체들의 모습이 좋게만 보이진 않습니다. 눈앞의 명품 판매에 몰두하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건 아닌지도 묻고 싶습니다. 한 벌에 수십·수백 만원 하는 아이 옷이 늘어날수록,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고 키우기 두려운 이유도 하나쯤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요. 출산율이 그렇게 떨어질수록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도 줄어드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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