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칸막이와 방화벽의 차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입력 2022. 10. 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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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효율성, 의사소통의 수준이 낮을 때 흔히 나오는 제언이다.

하지만 사고(事故)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이나 방화벽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다르다.

방화벽이 강하다고해서 화재를 예방할 순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순 있다.

방화벽 너머로 불이 옮겨 붙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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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조직의 효율성, 의사소통의 수준이 낮을 때 흔히 나오는 제언이다. 대체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사고(事故)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이나 방화벽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다르다. 배 바닥 어디에서 구멍이 생겨도 격벽이 촘촘하고 튼튼하면 침수를 최소화하면서 항해를 계속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운항 중에 수리를 해서 누수를 막을 수 도 있다. 방화벽이 강하다고해서 화재를 예방할 순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순 있다. 그러니까 칸막이가 약하면 배가 침몰하고 건물이 잿더미가 되는 법이다.

요즘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좋지 않다. 여러 언론들이 지난 주말 갤럽 정례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다시 최저치'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둘다 맞는 말인 것이 지난 8월 첫째주 기록한 지지율 24%가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나쁜 숫자고 나쁜 상황이다. 그런데 '격벽'의 관점에서 보면 숫자 이상의 심각성이 보인다. 복기해보면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큰 승리를 거둔 이후 지지율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인사 논란, 여당 내 내홍,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논란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요한 사안들이지만 낯익은 정치 이슈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다가 7월 29일 대통령에 대한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취학 연령 하향 신속 강구' 발표가 나면서 교육부 장관 인사에 대한 불만이 정책으로 전이됐다. 정치와 정책을 가르던 '격벽'이 무너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정쟁의 성격을 띤 정치이슈들과 외교안보나 경제 사이에는 격벽이 든든해보였다. 경제 지표가 좋지 않지만 전세계가 다같이 겪고 있는 고통이라 볼 수 있었다. 미중대립 격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외교'에 대해 반대하긴 쉽지 않았다. 보수 성향이긴 하지만 엘리트 관료들이 틀어잡고 있는 경제, 외교 부처에선 별다른 잡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두달 여 만인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외교'가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 1위를(응답자의 17%)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첫째주에는 3%(9위)를 기록했던 항목이다. 방화벽 너머로 불이 옮겨 붙은 형국이다. 방화벽이 약해서 일수도 있고, 불길이 워낙 강해서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불이 옮겨 붙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먼저 방화벽을 강화해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한다음 불길을 다스리고 나서 발화점을 진압해야 한다. 맞불을 놓아서 불길을 잡는 건 산불에서 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소방차 한 대 들어가기 쉽지 않은 주택가, 인화물질이 빼곡한 고층빌딩에선 턱도 없는 일이다.

요즘 추경호 경제 부총리 이름이 거론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느 방화벽을 강화해야 할지 보인다. 진압할 발화점은? 여권은 언론 환경이나 야당의 여론 몰이로 보는 것 같다. 부채질 효과는 있었을 거다. 그런데 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8월 첫째주에도 이번에도 부정평가 이유 2위를 기록한 항목은 '경험·자질 부족/무능함'이다. 내 생각엔 바로 여기다.
윤태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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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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