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저출산은 성장의 대가..이민 수용이 답

김인수 2022. 10. 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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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해 임금 높을수록
출산으로 잃는 소득은 커져
아이 덜 낳고 성장은 둔화돼
외국서 인적자본 수혈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에 기반해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과학'이란 아마도 저출산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그 원인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대책으로 출산율을 높인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출산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성장 경제학 분야의 석학인 디트리히 볼래스 미국 휴스턴대 교수는 책 '풀리 그로운(Fully Grown)'에서 "출산율 하락은 생활수준 향상에 대한 반응, 성장의 증상"이라고 했다. 경제성장이 "미국의 출산율 감소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말도 했다. 저출산은 성장의 대가라는 뜻이다.

그의 설명은 '차가운 이성'을 앞세운 경제학자답게 냉정하다. 출산을 비용과 이익 측면에서 분석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임금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이를 여럿 출산하면 그 높아진 임금을 일부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부부 중 한 명은 전업주부가 돼 아이를 돌보거나, 파트타임으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해야 한다. 결국 경제성장으로 임금이 높은 사회일수록 출산으로 가족이 놓치는 소득은 커지게 된다. 출산에 따르는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동반되는 기술 발전 역시 그 비용을 높인다. 세탁기와 냉장고의 등장으로 가사 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쉬워졌다. 피임약 역시 중요한 기술 발전이다. 볼래스는 "피임약 덕분에 전문직에 진출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했다. 다시 말해 여성이 자아를 실현하며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역시 성장의 혜택이다. 그러나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이런 혜택을 놓칠 위험이 커진다.

결국 사람들은 출산을 줄이게 된다. 첫아이는 낳지만 둘째는 낳지 않기로 결정한다. 셋째 아이는 '부의 상징'으로 불릴 정도로 드물게 된다. 당연히 출산율은 하락한다. 실제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졌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은 성장의 적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노령인구 비중이 높아진다. 볼래스에 따르면 미국은 200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1%에 그쳐, 1950년 이후 50년간 평균(2.25%)에 크게 못 미쳤다. 출산율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성장률 하락의 3분의 2는 가족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와 이에 따른 고령화로 인해 인적 자본 증가율이 낮아진 탓"이라고 했다. 세금과 규제, 불평등 증가 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저출산에 비하면 거의 '제로' 수준이었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만큼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추락했다. 2020년 합계 출산율이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그렇다고 경제성장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볼래스는 책에 이렇게 썼다. "인구 증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생활수준을 희생하고 1930년의 1인당 실질 GDP 수준으로 돌아가겠는가, 여성의 노동 능력을 제한하겠는가,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겠는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대안은 분명하다. 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든 인적 자본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이민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총인구에서 이민자(외국 출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은 16.1%, 미국은 13.6%, 영국은 13.7%, 프랑스는 12.8%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우리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점점 가난해지는 단일 민족 국가'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민자를 포용하면서 성장하는 나라'의 길이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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