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시장중시 교육부총리가 경계할 것

전형민 2022. 10. 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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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달리던 두 자동차가 충돌해 호수에 빠졌다. 한 대에는 젊은 남성이, 다른 한 대에는 소녀가 갇힌 채 호수 바닥으로 빠져든다. 근처를 지나던 로봇이 가라앉던 차 속에 갇힌 남성을 구한다. 하지만 소녀는 구하지 못한다. 로봇은 남성과 소녀 중 남성을 선택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남성은 살 확률이 45%였지만, 소녀는 1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은 미래 고도로 발전한 로봇공학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모든 인류가 로봇의 도움으로 편리한 삶을 누리지만, 주인공 스푸너 형사는 과거 경험 때문에 로봇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로봇은 효율성을 선택했지만,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효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18년 전 영화가 새삼 떠오른 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첫 메시지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지금 같은 교육 대격변기에는 교육 주체에 자율과 자유를 최대한 허용해 발전을 유도하는 게 최상"이라고 했다.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에 무게를 둬야 주체들이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은 고래로부터 이어진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다만 과도한 경쟁과 자율성 부여가 사회와 시장에 폐해로 나타날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교육 문제는 효율성이나 적자생존 등 시장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교육 불평등이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경쟁과 배려가 적절히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단체는 벌써부터 "이 후보자가 경쟁, 서열 등 경제 논리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며 "(과거 정책 추진으로도) 고교서열화와 점수 경쟁만이 남았다"고 비판한다. 이 후보자도 논란을 의식한 듯 "자율은 또한 책무를 강화하는 것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문회에선 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안전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자가 수월성과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교육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는 현명한 교육정책을 설계·제시하길 기대한다.

[사회부 = 전형민 기자 brom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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