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년 정부 R&D 30조, 전략 투자가 필요하다

2022. 10. 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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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30조7000억원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1993년 1조원에서 2008년 10조원을 돌파한 후, 2019년 20조원, 2023년에는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었다. 1조원에서 10조원이 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면 10조원에서 20조원은 11년, 20조원에서 30조원이 되는 데는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 등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미래 대비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도 꾸준히 늘어, 정부와 민간을 합친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 투자는 약 100조원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연구개발 투자비중, 인구 1만명당 연구원 수 등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부와 민간의 꾸준한 과학기술 투자는 올해 들어 속속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실용급 위성 발사국이 됐다. 허준이 박사의 필즈상 수상은 국내 기초과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성공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의 혁신경쟁법에 이어, 지난 8월 '반도체 및 과학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하며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자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도 제14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에서 8대 첨단산업을 지정하고 중장기 투자목표와 전략을 제시했으며 EU,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들도 전략기술을 지정하고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정학(技政學)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경제의 재편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국가라는 위기 요인이 있지만,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 과정에서 우주·항공, 바이오, 인공지능, 양자 등 미래기술에 대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투자의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기술패권 경쟁 대응,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범부처 임무지향형 연구개발 추진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에 대비한 과학기술 청년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투자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2020년 기준으로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77%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민간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을 국방 분야에 활용함으로써 인구 감소 시대에 국방력 제고와 동시에 민간 부문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투자의 유연성과 적시성을 강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기술개발 환경을 고려해 유연한 사업계획 변경과 도전적 신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국가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제도를 적시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미래에 대비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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