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극복..내 꿈은 여전히 K리그"

이두리 기자 2022. 10. 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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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명 '우즈벡 용병'..김보용의 끝나지 않은 도전
태국 2부리그 치앙마이FC에서 뛰고 있는 김보용이 지난 1일 끄라비FC와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치앙마이FC 공식 SNS 캡처
K3, K2 리그 거쳐 시작한 ‘유랑’
열악한 환경에 다들 만류했지만
너무 절박하고 간절했기에 선택
태국 2부 치앙마이에서 새 출발
팀 승격시키고 한국에 돌아갈 것

한국 K3리그와 K리그2, 우즈베키스탄 1부리그와 2부리그를 모두 거쳐 태국 2부리그까지 왔다.

김보용(25·치앙마이FC)이 선수 생활 4년 동안 걸은 길이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이름 석 자보다 ‘우즈벡 용병’이라는 유튜브 채널명이 더 유명하다.

‘우즈벡 용병’에서는 김보용의 열악한 ‘용병 생활’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우즈벡에 갔을 때, 너무 힘들어서 나 자신이 불쌍하더라고요. ‘우즈벡 용병’이라고 지은 채널명도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저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보용은 태국으로 팀을 옮긴 지금도 채널명을 바꾸지 않고 있다.

숭실대학교 에이스였지만 프로 진출이 비교적 늦었다. 대학 3학년을 마친 뒤에야 K3리그 화성FC에 입단했고, 2020년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의 공개 테스트에서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달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데뷔 시즌인 2020년 전남에서 리그 9경기를 뛰었지만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2021시즌을 뛸 팀이 없었다.

“K리그 다른 팀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개막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심적인 압박감도 크니까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30명쯤 되는 해외 에이전트들에게 무작정 영어로 자기소개서를 보냈죠. 그러다 지인을 통해서 우즈벡 리그를 소개받았어요.”

김보용은 “우즈벡에서 뛰어 본 동료가 주변에 없어 조언을 들을 수가 없었다. 힘들 텐데 가지 말라는 말만 많이 들었다”면서도 “선택권이 없었다. 너무 간절했다”고 말했다.

김보용이 입단한 FK투론은 구단 자체 훈련 시설이 미비해 선수가 사비로 외부 헬스장에 등록해 다녀야 했을 뿐 아니라 영양 보충을 위한 식단도 충분치 않았다. 그는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 없어 고수를 먹었다”고 말했다.

선수단 버스도 없는 원정길 역시 험난했다. “4~5명이 승용차를 타고 10시간 이상 가는데, 피로하고 특히 다리가 불편해 경기에 영향이 생기거든요.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어요.”

김보용은 FK투론 이적 후 첫 시즌에 리그 22경기, 컵대회 포함 4득점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투론은 리그 최하위가 돼 2부리그로 강등됐다. 같이 활약했던 다른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떠났고, 2부로 내려가자 통역 지원도 끊겼다. 투론에서 유일한 ‘용병’이 된 김보용은 다시 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했다.

귀국했던 김보용은 지난 5월, 다시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는 태국 2부리그의 치앙마이FC였다.

“한번은 제대로 된 용병 생활을 하고 한국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올해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태국 팀 BG 빠툼 유나이티드가 선전했거든요. 그래서 동남아 리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태국 리그의 시즌은 여름에 시작한다. 매우 습하고 더운 날씨다. 시즌 초반 적응하지 못해 슬럼프를 겪었지만 김보용은 산전수전을 극복해온 근성으로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치앙마이FC 화이팅”이라고 한국어로 쓴 걸개를 들고 응원하러 오는 한국인 팬들도 생겼다.

김보용은 “치앙마이에서 이번 시즌 10골 이상 넣어 팀을 승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K리그를 꿈꾼다. 김보용은 “시즌이 끝나면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 경기하고 싶다”며 “K리그에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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