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지 않아도 다 볼 수 있고, 직접 가면 더 재밌는 '집 구경'

류인하 기자 2022. 10. 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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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걸 넘어 체험할 수 있게..
'견본주택'의 진화
‘온라인’으로만 견본주택을 구현한 ‘호반써밋DMC힐즈’의 홈투어 장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집 안 내부에 단면도와 설명이 함께 떠 있다. 직방 제공
실물 없이 VR 영상만으로도 구현
메타버스상에서 아바타 움직여
시간대·층별로 다른 풍경도 확인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일상화하고, 가상현실(VR) 등의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아파트 모델하우스(견본쥬택) 체험 문화도 발전하고 있다. 여전히 ‘직접 눈으로 보겠다’는 전통적 방식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동원되고,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한 견본주택까지 경험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강화로 일제히 멈췄던 모델하우스 운영이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재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건설사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지침에 따라 견본주택 운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거리 두기 조치 완화로 견본주택 현장 방문은 어느 정도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예전의 북적거리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 틈새를 노려 등장한 것이 ‘온라인 견본주택’이다. 사실 ‘온라인 견본주택’의 역사는 꽤 오래된 편이다. 1995년 3월25일자 경향신문 32면에 게재된 ‘컴퓨터가 그린 모델하우스’ 기사(사진)는 사이버(온라인) 견본주택의 시초를 보여준다. 기사는 “컴퓨터 가상현실(VR) 장치를 이용한 모델하우스가 확산되고 있다. 평면적인 기존의 모델하우스에서 탈피해 3차원 영상을 통해 자기가 살게 될 아파트 단지 마당에서 집 안 구석구석까지 현실감 있게 살펴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단순히 본다는 차원을 넘어서 특수장갑을 끼고 모델하우스 여기저기를 만지면 실제 아파트를 만지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라는 문구도 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조악한 3D 그래픽이지만 이미 27년 전에도 ‘온라인 견본주택’에 대한 시도는 있었던 셈이다.

■ 코로나에 급성장한 ‘온라인 견본주택’

코로나19는 ‘온라인 견본주택’ 기술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됐다. 굳이 현장을 가지 않아도 VR 견본주택을 통해 실제 현장에 있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대부분은 실제 견본주택을 지은 뒤 3D 촬영기법을 통해 온라인상으로 집을 볼 수 있게 하는 형식이지만 처음부터 견본주택을 만들지 않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만 사이버 현장을 구현한 곳도 등장했다.

2020년에 분양된 GS건설의 ‘DMC덕은지구’와 호반건설의 ‘호반써밋DMC힐즈’ 84B 타입은 실물 견본주택 없이 ‘온라인 견본주택’만으로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을 통해 분양을 진행했다. 직방의 자체 프롭테크 기술인 VR, 3D 및 CG를 모두 활용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견본주택 영상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모든 분양사업은 견본주택을 지어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은 뒤 분양을 실시하지만 DMC덕은지구와 호반써밋DMC힐즈는 직방의 CG 영상으로 인허가를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VR홈투어는 실제 건립단지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현실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롯데건설의 ‘울산 롯데캐슬 블루마리나’는 견본주택이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간 첫 사례다. 단순히 ‘온라인 견본주택’을 넘어 예비 청약자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실제 아파트가 들어서는 단지 안팎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롯데건설은 직방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울산 롯데캐슬 블루마리나 메타버스 모델하우스’를 선보인다. 울산의 대표 관광지인 ‘강동몽돌해변’과 동해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단지 특성을 반영한 ‘수중 전시관’을 콘셉트로 이용자가 아바타를 조종하면서 메타버스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아바타를 통해 각 동별 입지와 조망도 미리 확인이 가능하고, 층별로 달라지는 외부 풍경과 시간대별 단지 조경도 확인할 수 있다. ‘3D 온라인 견본주택’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모델인 셈이다.

그럼에도 한 채에 많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직접 보지 않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건설사들이 여전히 견본주택에 힘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실제와 가까운 견본주택을 온라인에 구현한다 하더라도 ‘온라인 견본주택’은 여전히 실물을 볼 수 없을 때 찾는 대체재에 가까운 셈이다.

현장선 커뮤니티 시설 체험관 열어
카페·도서관 실물 그대로 경험도

■ ‘메타버스’ 견본주택도 등장

최근 부산 진구 ‘양정자이더샵SK뷰’ 견본주택을 방문하고 온 송모씨(43)는 “건설사들이 고급 자재를 쓴다면서 여러 설명을 하는데 포셀린 타일이니, 세라믹 타일이니 솔직히 뭐가 좋다는 것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지 않으면 이해가 잘 안 된다”면서 “온라인 견본주택도 여러 개 살펴봤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제일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최근 개관한 충북 음성군 ‘음성자이 센트럴시티’ 견본주택에 ‘체험관’을 설치했다. 커뮤니티 시설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GS건설은 단지 커뮤니티센터인 ‘클럽 자이안’에 들어갈 여러 시설 중 ‘카페&라운지’와 ‘작은도서관’(교보문고)을 실물 그대로 전시해 방문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견본주택 바깥에는 푸드트럭도 설치했다. 개인적인 거주공간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GS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예비 청약자들의 선호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단지 내에 들어갈 커뮤니티 시설을 실제로 구현함으로써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견본주택 방문객들은 SPC그룹(파리크라상) 오픈 카페테리아에서 직접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맛볼 수도 있다. 자이 입주민만을 위해 개발한 ‘시그니처 원두’가 제공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교보문고가 선정한 다양한 도서들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작은도서관 내에는 교보문고가 직접 큐레이션한 인기 도서 및 스테디셀러가 채워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견본주택 밖에서는 인공지능(AI) 셰프로봇이 요리한 다양한 음식을 시식할 수 있는 푸드트럭도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GS건설과 협약을 맺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한 AI 셰프로봇이 입주민들을 상대로 식사를 제공하는 ‘AI다이닝 서비스’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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