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600억 횡령'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금감원

유희곤 기자 2022. 10. 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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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높일 20개 방안 내놔
‘깜짝 감찰’ 명령휴가 확대·의무화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 비율 관리
결재 단계별 문서 검증체계 강화도

금융당국이 명령휴가제 대상 확대 등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등 임직원 사고가 계속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내부통제 운영 강화를 위한 20개 추진과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에서 발생한 금전 사고 건수와 금액은 40건, 927억원이었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건 줄었지만 금액은 우리은행 사고의 영향으로 701억원이 늘었다. 횡령 사고가 29건(7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감원은 명령휴가제도 대상을 위험직무뿐 아니라 동일 부서 장기근무자로 확대하고 강제명령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명령휴가제도는 직원에게 예고 없이 휴가를 가게 한 후 해당 직원의 담당 업무를 감사하는 제도이다.

금융 사고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치로 도입됐지만 담당자가 원하는 기간에 휴가를 보내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계속하면서 명령휴가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직원이 사고를 낸 금융사가 있었다.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례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순환근무제 예외 대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장기근무자 목표 비율을 관리하는 등 업권별 인사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위험 업무에 대한 접근통제 방안으로는 그동안 없던 세부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실제 한 금융사는 본점에서 한 사람이 통장과 인감을 모두 관리하도록 해 회삿돈을 빼돌리기 쉬운 환경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자 또는 직원 간 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도록 시스템 접속 방식 등도 바꾸도록 했다.

결재 단계별 문서 검증체계도 강화된다. 통상적으로 금융사의 자금 인출은 기안, 직인 날인, 지급 순으로 진행되는데 단계별 검증이 미흡하거나 외부에서 받은 문서를 전산 등록하지 않아 횡령 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업권별로 단계별 거래 확인과 통제 기능을 의무화해 핵심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자금 이체를 제한하고 수기 문서도 전산에 등록하도록 했다.

업권별 대책으로는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 취급 시 전자세금계산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증빙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입출금 거래내역서와 같은 자료는 추가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은 차주(대출받는 사람) 특성상 소득이나 매출 등을 진위 확인이 어려운 자료로 심사해야 할 때가 많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영업과 자금 집행 직무를 분리하고 자금인출요청서 위변조 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은 이상거래 상시 감시 대상에 본부 부서 업무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각 금융사는 내부고발자 포상 기준을 높이고 금감원은 내부통제 관련 검사 및 상시감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경영실태 평가에서 차지하는 내부통제 평가 비중도 높아진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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