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푸틴 대통령에 “폭력과 죽음 악순환 멈추라” 촉구

지난달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 독립궁전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전통 종교지도자대회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해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 교황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을 콕 집어 언급하지 않은 채,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교황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특정 당사자를 겨냥해 발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교황은 2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행한 연설에서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서)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며 “나의 호소는 무엇보다 (푸틴) 러시아 연방 대통령을 향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최근 예비군 동원령 이후 발생하는 러시아의 징집 반대 시위와 젊은 남성들의 해외 탈출 러시를 염두에 둔 듯 “그는 자신이 이끄는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국제법 원칙에 반하는 행보로 야기된 엄중한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핵 위기를 고조시켜 전 세계적으로 통제 불가능하고 재앙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도 촉구했다. 그는 “외교적 대화를 통해 전쟁을 종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진지한 평화 제안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도록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그 결정(핵 사용)을 내리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즉 푸틴 대통령이고 그를 막을 사람은 없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또 다른 결정(핵무기 사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가 핵무기 사용 결정을 내렸다고 믿게 할 만한 어떤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