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권' 뒤집은 미 대법원, '소수인종·투표권'도 후퇴시키나

김유진 기자 입력 2022. 10. 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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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기 '소수자 차별 시정' 심리..보수 판결로 역주행 우려

미국 연방대법원이 3일(현지시간)부터 새 회기를 시작한다. 흑인 여성으로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커탄지 잭슨 대법관이 새로 합류했지만 연방대법원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 6월 반세기 동안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차별 시정을 위해 도입된 조치들에 대해서도 ‘역주행’ 판결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이 이번 회기에서 심리할 예정인 사안 목록에는 연방정부의 오염 완화 추진, 소수인종 우대 대입정책, 투표권 보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체포 완화 조치, 성소수자 관련 소송 등이 들어 있다. 대부분 이념 성향에 따라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들이다. 보수 6명, 진보 3명인 대법관 구성상 보수 쪽에 확연히 기운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 셈이다.

미 언론들은 특히 투표권이나 대학 입시 등과 관련해 소수자 차별을 금지했던 법과 정책이 후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4일 연방대법원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흑인 유권자 대다수를 한 지역구에 몰아넣은 앨라배마의 선거구 재획정안을 심리한다. 뉴요커는 지역 활동가들이 이 같은 선거구 재획정이 투표권법(1965)의 차별적 투표 관행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연방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오는 31일에는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대입 전형에 적용하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불합리하다며 제기된 소송 2건에 대한 심리가 각각 진행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한 보수 대법관들은 인종을 학생 선발 시 고려 요인으로 삼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1960년대 중반 민권운동의 바람을 타고 대입제도는 물론 기업 채용 과정에서도 자리 잡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의 법적 근거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또한 2020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이후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는 셈이기도 하다. 연방대법원은 2016년 텍사스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4 대 3으로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웹디자인 회사 경영자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게 결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사건은 대법원을 문화전쟁의 한복판에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요커는 “현 대법원이 어디까지 결정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보수 대법관들이 거의 모든 사안에서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회기 연방대법원이 총기규제 완화, 임신중단권 폐기 결정을 내린 이후 미국 내에선 찬반 논쟁이 달아올랐다.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도도 곤두박질쳤다. 갤럽이 9월1~16일 미국 성인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연방대법원의 직무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로, 2000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사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47%로, 2년 전에 비해 20%포인트 하락해 1972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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