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보우소나루' 많아 1차 투표에서 과반 못 얻은 룰라

박은하 기자 2022. 10. 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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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예상 뒤엎고 '박빙'..30일 결선투표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선 개표 결과가 나오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투표가 종료된 후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보우소나루 대통령. 상파울루·브라질리아 | AF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5%P 차로 선전
중도 표심 8%, 승부 가를 듯
‘숨은 보수’ 결집 보우소나루
선거 불복 가능성 우려 커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6)이 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7)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예상보다 10%포인트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룰라 전 대통령의 목표는 좌절됐다. ‘남미 좌파의 대부’ 룰라 전 대통령과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다.

■ 숨은 보수표 확인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개표율 99.7% 기준으로 룰라 전 대통령이 48.35%,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43.26%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여론조사 업체들의 예측에서 크게 빗나간 것이다. 올해 들어 룰라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보다 10~15%포인트 차이의 우위를 유지해왔다. 선거 전날에는 브라질 최대 여론조사업체 두 곳이 룰라 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투표는 박빙 양상으로 전개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개표 초반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뒤지다가 개표율 70% 선에 도달했을 무렵에야 역전했다.

데이지 시우카리 상파울루 가톨릭대학 정치학 교수는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숨은 표심이 강하다”며 “상파울루주 시골 지역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국의 작은 도시들도 그렇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특히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인구 밀집지인 남동부 지역에서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업체의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하거나 본심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룰라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빈곤층 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부풀린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 룰라 시절 향수 vs 복음주의

오는 30일 결선투표는 예측불허의 팽팽한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의 표심이 두 후보에게 최대한 결집한 만큼 결선투표의 향배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 9명을 향했던 약 8%의 중도층 표심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빈곤층, 유색인종, 젊은층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2006년생인 리처드 다시우바(16)는 “삼촌 등 가족들로부터 룰라 시절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나아진 과정이나 사촌누나가 장학금으로 대학에 다닐 수 있었던 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브라질이 다시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말했다. 이번 대선 10대 유권자 등록은 4년 전보다 200만명 늘었으며 많은 이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

보우소나루 지지층은 백인, 고소득층, 복음주의자 등으로 압축된다. 20년 전 15%에 불과했던 브라질의 복음주의자 인구는 현재 30% 로 증가했으며 브라질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BBC가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임신중단 반대 등 종교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적극 끌어들인다는 의미이다. 기업형 영농인, 광산업자 등으로 구성된 이익단체의 지지도 받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예상외로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 불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브라질 전자투표 시스템의 신뢰성을 부정하며 자신이 패배하는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이 때문에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부인하면서 지지자들이 의회를 습격한 사건이 브라질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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