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서울 공공의료..'약자 동행' 지킬 수 있을까

김원진 기자 2022. 10. 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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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IU의 '가장 살기 좋은 도시'서 접근성·질 '저평가'
172개 도시 중 68위.."보건·의료진 지원 강화" 목소리도

서울시가 올해 세계 유력 기관의 도시 경쟁력 평가 항목 중 공공의료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공공병원 이용자들이 대거 퇴거당한 점, 공공병원의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은 올해 6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 분석기관인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가 발표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평가 중 건강·보건(의료서비스)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공공의료 접근성과 공공의료의 질에서 모두 ‘불편’ 등급을 받았다. 반면 민간의료 접근성과 민간의료의 질에서는 ‘괜찮음’ 등급을 받았다. EIU 지표의 세부 등급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IU는 매년 건강·보건, 안전성, 교육 등 5개 항목·30개 지표로 도시 경쟁력을 평가한다. 지표는 총 5개 등급으로 나뉘며 ‘괜찮음’은 두 번째, ‘불편’은 세 번째 등급이다. 서울은 이 지표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50위권을 유지하다 올해는 172개 도시 중 68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순위 하락에는 공공의료 분야의 낮은 점수도 영향을 끼쳤다.

서울 공공의료는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어려움이 더 커졌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환자의 80~95%가량을 수용했다. 이로 인해 공공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거나 입원했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밀려났다.

공공병원에서 밀려난 환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다. 서울의 주요 공공병원에 따르면 A공공병원은 의료급여 환자가 2019년 9만4000여명에서 지난해 1만40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환자가 절반 정도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폭이 크다. B공공병원에선 의료급여 환자가 2019년 3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4600여명으로 감소했다. 또 2019년까지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장애인 10명 중 4명꼴로 코로나19 확산 직후 공공병원을 떠났다. 공공병원을 떠난 환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공공병원의 경영난도 악화되고 있다. 서울시 공공병원 관계자는 “투석 환자나 정신질환 치료 환자 등은 한 곳의 병원을 오래 다니는데, 코로나19 이후 발길을 끊은 공공병원에 다시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진 부족은 공공병원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다. 서울의 주요 공공병원에 따르면 2020년 1월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문의 50여명, 간호사 400여명이 서울 공공병원에서 퇴사했다. 현재 C공공병원은 약 30%, D공공병원은 50% 정도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진은 민간보다 낮은 보수, 커리어를 쌓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공공병원 근무를 꺼린다.

오 시장은 ‘약자와 동행’의 일환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과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의 올해 보건·의료 예산은 6800억원 규모다. 전체 예산 44조원의 1.54% 수준이다. 2019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보건·의료 예산 비율인 1.73%에도 못 미친다. 공공의료 강화의 방향이 공공병원 확충 외에 예방에 집중하는 보건, 의료진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예산 6120억원 규모의 9개 사업을 공개했다. 9개 중 7개 사업이 공공재활병원 건립, 서울형 공공병원 건립 등 하드웨어 개선·확충에 방점을 찍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는 “공공병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의료진을 정착시키기 위한 연구지원 등 소프트웨어 측면과 질병 예방 분야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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