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 해외 금융자산 국내로 유인해 '환율 방어' 모색
국내 투자자들 '손실 감수' 동참 미지수..전문가도 회의적
정부가 가파른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민간의 해외 금융자산 투자액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율이 치솟을 때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풀어 막는 것처럼 민간 대외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면 이를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차익까지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대외자산을 국내로 돌릴 유인이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 금융시장이 침체 흐름 속에 있어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을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총 대외금융자산은 2분기 기준 2조1235억달러(약 2973조원)다. 여기서 외환보유액을 제외하면 약 1조7000억달러(약 2380조원)가 민간이 보유한 대외자산이다. 민간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은 경영 참여를 목표로 획득한 외국 회사의 지분이나 시세차익 등을 얻으려고 사들인 해외 주식·채권, 기타 무역 신용이나 해외 예금 자산 등 다양한 형태의 내국인 소유 해외 자산 등이다.
정부는 1조7000억달러의 민간 보유 대외금융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달러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으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 들여온 해외 자산을 국내에 투자할 경우 세금 혜택을 주는 내용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자산을 팔고 이를 국내에 투자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인센티브를 주면 해외 자산 매각이 활성화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비과세 해외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해외투자 활성화 조치를 추진했다. 순대외금융자산(대외자산에서 대외부채를 뺀 것)은 2012년 말 마이너스 977억달러에서 올해 2분기 7441억달러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364억달러)을 제외하면 3000억달러가량이 민간이 보유한 순금융자산이다.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대외자산을 늘려왔던 이유는 급속한 환율 상승 시기에 대외자산이 안전판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뜻대로 민간이 대외금융자산을 매각할지는 미지수다. 세계적인 긴축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해외 주식과 채권 등 대외금융자산의 손실이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손절매가 아니라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외금융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전체 투자액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보면 기금자산평가액이 지난 6월 말 기준 882조원으로 3월 말(928조원)에 비해 1분기 만에 45조원 넘게 줄었다. 특히 해외 주식 운용 수익률은 12.59% 손실을 기록했다. ‘큰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의 사례를 볼 때 다른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들의 상황도 비슷하거나 더 나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순대외자산 중 환류 인센티브를 고려할 수 있는 분야는 대부분 해외 주식 투자일 텐데, 환율로는 이익이어도 수익률이 너무 나쁘면 개인이 이를 털고 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제 혜택 등은 이왕 들여올 자산을 더 빨리 들어오게 한다든지 하는 미미한 영향을 줄 순 있지만 큰 흐름을 바꾸는 파격적인 조치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민간이 해외 주식을 팔아 원화로 환전하면 양도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창준·이윤주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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