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감사' 논란 부른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

2022. 10. 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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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구한 것을 규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밝혀지며 ‘정치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말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를 걸어 서면조사를 요구하고 e메일을 보냈으나, 문 전 대통령 측은 그대로 반송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전했다. 앞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감사원 출석조사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실무 책임자도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건너뛰고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최고 책무라는 측면에서 실체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감사원 조사와 별개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조사를 통보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1993년 노태우,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감사원 질문서를 수령해 답변한 바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대규모 군수비리였던 ‘율곡사업’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와 관련해 각각 서면조사를 받았다. 두 사안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사안이며, 정파를 막론하고 국민적 진상규명 요구가 거셌다. 이러한 점을 외면한 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 사실이 공개된 이후 여야는 정면충돌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감사원 행태에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면서 감사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사법·감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 처리 및 윤 대통령의 거부 등으로 경색된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듯해 걱정스럽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4일 막을 올린다. 첨예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여야의 정치적 충돌은 불가피하나, 정쟁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민생 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안보 상황도 엄중하다. 국회는 정부가 경제·안보위기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정부는 국회 지적에 귀 기울여 생산적 국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개선하는 국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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