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룰라 지지한 브라질 1020세대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48%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청년세대의 지지에 힘입었다. 룰라 지지율은 16~24세에서 가장 높은데, 대선에 참여하려고 유권자로 등록한 16~18세 청소년이 200만명으로 이전 선거에 비해 47% 급증했다. ‘보우사 파밀리아’ 등 강력한 복지 혜택을 누린 아이들이 룰라 지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르투갈 식민지배와 군부독재를 거친 브라질은 빈부격차가 극심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룰라는 2002년 대선에서 ‘모든 브라질인의 하루 세 끼를 보장한다’는 공약을 걸고 집권했다. 대표적인 ‘보우사 파밀리아’는 6~17세 자녀를 둔 빈곤 가정이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예방접종을 받게 하면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식으로 빈곤의 세대 이전을 막고자 했다. 현금은 가정의 어머니에게 전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했다. 제도 시행 이후 브라질의 빈곤율은 2004년 22.4%에서 2015년 8.7%로 급감했고, 3600만명이 빈곤에서 탈출했다. 저소득층 및 다인종 학생들도 백인 중산층처럼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룰라를 지지하는 18세 유권자 로레나는 “좋은 정책이 있어야만 세상은 바뀐다”고 말했다.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에 비하면 룰라의 부패 혐의나 수감 이력은 이들에겐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올해 76세인 룰라가 청년층 의제인 성소수자 인권, 인종차별, 기후변화에 공감하는 점도 지지 이유로 꼽힌다.
12세에 구두닦이로 일하기 시작한 룰라는 1980년 브라질노동자당을 창당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보수 엘리트가 지배하던 브라질에서 그는 ‘공감의 정치’를 열었다. 2010년 9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퇴임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모든 정책의 최우선” “부자들을 돕는 게 투자라고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왜 비용이라 하는가”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코로나19 이후 브라질은 실직인구가 1200만명을 넘겼고,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도 다시 늘었다. 청년들은 다시 한번 룰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는 30일 룰라와 보우소나루가 맞붙는 결선투표에 브라질의 미래가 달렸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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