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동계훈련 가야 하는데..킹달러에 비상
보통 10월엔 계약 마치는데
올해 골프장·숙소·경비 등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
"이렇게 비용 높은 건 처음"
"상황 보자" 계약 미루거나
달러 대신 원화계약 요청
국내 동계훈련 대체도 증가
일반적으로 코치와 선수들은 여름부터 전지훈련 장소를 물색해 9월이나 10월에 결정한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여전히 전지훈련 여부조차 정하지 못한 코치와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진(23), 김민규(21) 등을 지도하는 이경훈 스윙코치는 "평소 같으면 여러 장소를 둘러본 뒤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시기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달러 환율이 폭등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2020년과 지난해에 마음고생을 하게 했던 코로나19와는 또 다른 어려움인 것 같다. 20번 가까이 전지훈련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비용이 높은 건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전지훈련을 걱정하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다음 시즌 성적이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치와 선수들은 골프장과 숙소, 체육관, 식사, 훈련 동선 등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전지훈련 장소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 로직골프아카데미의 김기환 스윙코치는 "전지훈련 장소를 선택하는 건 정말 어렵다.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훈련의 성과가 크게 떨어진다"며 "물가가 오르는 게 특정 국가의 현상이 아닌 만큼 비용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쉬울 것 같지 않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만큼 늦어도 11월까지는 최고의 전지훈련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예년과 비교해 전지훈련 비용에 대한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코치와 선수들은 "최소 1.5배 이상 오르고 체감되는 건 2배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유진 삼천리 골프단 감독은 "올해 동남아시아 지역 전지훈련 비용이 지난해 미국과 비슷하게 든다"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몇몇 팀은 비용적인 문제로 동남아 지역 전지훈련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원화 계약이 가능한 골프장과 숙소를 찾기 위한 전쟁도 펼쳐지고 있다.
원화로 계약하면 달러로 거래하는 것보다 가격적인 부분에서 유리한 만큼 코치와 선수들은 원화 계약이 가능한 골프장, 숙소 등을 수소문하고 있다. 이경훈 스윙코치는 "달러 환율이 좋지 않았을 때는 달러로 계약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올해는 원화 계약이 가능한 골프장과 숙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해 겨울까지 달러 환율이 떨어지지 않으면 원화 계약이 가능한 태국, 필리핀 등에 많이 모일 것 같다. 반대로 달러로 계약해야 하는 미국, 베트남 등은 이전보다 많이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베트남 등 현지에서 전지훈련 관련 사업을 하던 회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여름까지 관심을 드러냈던 코치와 선수들이 아직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전지훈련 관련 사업을 하는 박성진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올해 초 골프장·숙소 계약을 모두 마쳤는데, 9월까지 단 한 팀도 예약을 받지 못했다"며 "올해 겨울만 기다리며 많은 준비를 했는데 걱정이 크다. 하루빨리 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 한국에서 미국으로 훈련을 오면 좋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달러 환율 폭등으로 해외 전지훈련이 어려워지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선수들도 생겼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한국에서 훈련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선수가 몇몇 있다"며 "날씨가 추운 12월부터 2월까지는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3월부터 골프장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는 선수가 예년보다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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