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망으로 '우리만의 5G'.. '메기'된 기업들 통신사보다 투자 적극

김나인 2022. 10. 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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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는 '이음 5G' 사업
자율로봇 택배배송·수술 가이드
특정공간서 5G 서비스로 경쟁
해외서도 대학·기업들 상용화
네이버의 자율주행로봇 '루키'가 제2사옥 1784에서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2022년도 5G 융합서비스 프로젝트 주요 내용 <자료:과기정통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이음5G 전용 장비의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자율주행 로봇이 사옥을 돌아다니면서 택배나 도시락을 배송하고, 공장 내에서는 AI(인공지능) 비전 카메라가 불량품을 검사한다. 환자의 검사 결과 정보를 바탕으로 3D 모델링한 AR(증강현실) 수술 가이드 서비스로 수술을 돕고, 영화, 드라마 세트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한다. 기업들이 '5G 특화망'을 통해 구현한 똑똑한 서비스다.

초고속(eMBB), 초저지연(URLLC), 초연결(mMTC). 5G의 특성을 나타낸 앞 글자를 합한 '이음(e-Um) 5G' 사업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음 5G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상용망 대신, 일반 사업자가 5G 특화망용 주파수를 과기정통부로부터 할당받아 특정 공간(토지·건물)에서만 쓸 수 있는 5G 서비스다. 이음 5G는 통신사가 아닌 일반 기업들을 '메기'로 풀어 5G에 투자하고 활용토록 함으로써 B2B(기업간거래) 서비스 혁신을 유도하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의도로 도입됐다.

이 같은 계획은 성공적으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5G 특화망 사업을 위해 정부의 심사를 거쳐 '5G 특화망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자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시작으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CJ올리브네트웍스 등 5개 사업자다. 이 중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를 제외하고는 4.7㎓뿐 아니라 28㎓ 대역을 함께 신청했다. 이들 기업은 자체 수요와 투자의지가 확실한 만큼 통신사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5G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투자에 소홀했던 28㎓ 대역이 이음 5G를 통해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음 5G 사업자들은 전용 주파수 4.7㎓와 28㎓ 대역을 받아 사업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5G특화망 정책방안'을 발표한 이후 10월 주파수 할당 공고를 통해 5G 특화망 사업자 등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의 투자가 미흡한 28㎓ 대역 융합 서비스를 유도한다는 방안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28㎓ 대역에서 800㎒ 폭을 동등하게 확보하다 보니 경쟁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음 5G 1호 사업자로 제2사옥인 1784에 5G 특화망을 구축하고 '브레인리스 로봇' 등에 적용한 네이버클라우드는 28㎓ 대역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상무는 "28㎓ 대역은 이론적으로는 도달 거리 등이 문제지만 속도가 빠르고 지연 시간이 짧아 좋은 특성의 주파수 대역"이라며 "현재 신사옥에 28㎓를 포함해 5G특화망을 구축했고 여러 사례를 테스트 해 4.7㎓ 대역과는 다른 고도화된 서비스를 찾고 있다. 세종시 데이터센터에서도 센터 운영을 위한 장비 배송이나 센터 내 이동 등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2019년부터 5G 특화망 서비스 개발과 상용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로컬 5G 도입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일반 기업,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5G망 자체 구축을 촉진하고 있다. 일본 IT 기업 후지쯔는 지난해 3월 일본 오야마 공장에서 로컬 5G 네트워크 운영을 시작했다. 4K 카메라로 촬영한 조립 작업의 이미지를 AI가 구별해 검수작업을 하고 MR(혼합현실) 장비를 활용해 가상의 3D 제품 모델을 생성해 개발자가 현장 작업자를 원격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도쿄도립대학은 로컬 5G를 활용해 VR과 온라인 강의, 자율주행차 등을 연결함으로써 도쿄시가 내거는 '스마트 도쿄'를 구현하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도 5G 특화망을 위해 면허제를 도입해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일반 기업들이 이동통신사와 협업해 5G 특화망을 구축하면서 활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보쉬, 폭스바겐 등 120개 기업·기관이 면허를 받았다. 자동차 기업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와 손잡고 5G 특화망을 기반으로 '팩토리56' 공장의 생산 라인을 지능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독일 함부르크 공항의 자사 격납고에 AR·VR를 적용해 객실 설계와 항공기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AR 기술을 활용해 빈 항공기 동체에서 3D 설계 데이터를 가상으로 시각화해 사전 배치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영국도 지난해 12월 기준, BT·퀵라인 등 13개 면허권자에게 794개의 면허를 발급했다.

이음5G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정밀한 육성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자들을 위해 망 구축 컨설팅이나 관리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망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저렴한 장비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G 융합서비스가 확산되면 전통 산업의 혁신이 촉발될 수 있고, 5G 소부장 등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정부는 '5G 융합서비스 프로젝트' 실증과제에 올해 총 480억원을 투입해 의료·물류·에너지 등 11개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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