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보수'에 발목 잡힌 룰라..브라질 대선 다시 안갯속

권영은 2022. 10.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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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 전 브라질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으나, 승리를 확정 짓지 못했다.

막판 '샤이 보수' 표심이 경쟁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에게 쏠리면서, 룰라의 과반 득표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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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1차 투표서 장담했던 과반 득표 실패
30일 보우소나루와 결선 투표해야
샤이 보수 결집에 승리 장담 힘들어
브라질 대선이 치러진 2일(현지시간) 선거 결과를 전해 들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상파울루=AF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 전 브라질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으나, 승리를 확정 짓지 못했다. 막판 '샤이 보수' 표심이 경쟁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에게 쏠리면서, 룰라의 과반 득표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30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는 두 사람을 지지하지 않았던 '8%' 표심의 향방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의 막판 선전으로 판세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룰라, 1위 했지만… 예상 밖 신승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서 2위인 보우소나루 대통령(43.2%)과 '마지막 승부'를 남겨뒀다. 브라질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번 선거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던 룰라 전 대통령의 1위는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과반 득표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짓겠다고 별렀던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은 성적표다. 여론조사에서 30%대 초반 지지율을 보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뒷심을 발휘한 탓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개표 70% 직전까지 룰라 전 대통령을 앞서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브라질의 사회학자 나라 로베르타 실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선 투표를 예상한 사람들조차 보우소나루가 이렇게 활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보우소나루를 위시한 극우는 브라질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썼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인 알보라다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 연합뉴스

'샤이 보우소나루' 확인… 나머지 '8%' 표심이 관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전에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숨은 표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현직 대통령과 12년 만에 돌아온 '좌파 대부' 전직 대통령 간 이념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애널리스트 브루나 산토스는 "1차 투표는 보우소나루주의가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욱 급진적으로 양극화된 환경에서 결선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최종 승리를 위해서는 1차 투표에서 룰라도, 보우소나루도 찍지 않은 표심이 관건이다. 1차 투표를 뛴 나머지 9명 후보가 확보한 득표율 약 8%를 얻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간 표차가 5.2%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결선 투표는 "새로 시작하는 새로운 선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깜짝 선전'에는 3·4위 후보의 지지자 중 상당수의 막판 변심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독립언론인 질 랑글루아는 "룰라의 득표는 여론조사 오차범위 안에 있다"면서 "놀라운 건 3위인 시몬 테벳(4.2%)과 4위 시로 고메스(3%)를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권자들 다수가 마지막 순간에 보우소나루 지지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2일(현지시간) 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남은 유세 기간, 폭력 사태 우려

승부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결선 투표까지 남은 유세 과정은 폭력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가 노동자당 당원을 총으로 쏴 죽이고, 룰라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 폭발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시스템의 신뢰성에 의문을 여러 차례 제기하면서 선거 패배시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지지자들의 폭력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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