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고치겠다 약속했지만..이미 검거인원의 26%가 처벌 안받고 풀려나
지난달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정부는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 그러니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JTBC 취재진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관련 사건 통계를 분석해보니,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검찰로 송치되지 않은 10명 중 7명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때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렇게 풀려난 이들만 총 1879명에 달합니다.
스토킹 피의자에게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된 경우는 전체 불송치 사건 중 25.6%에 해당합니다. 또 구속 송치된 피의자는 전체 인원의 3.5%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26건은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기소된 이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에 해당합니다. 전체 처리 건수 231건 중 약 11%에 해당하는데, 다른 범죄의 평균 공소기각률 1%보다 크게 높은 수치입니다.
◆피해자 옥죄는 '반의사불벌' 조항...당시 정부 의견 반영된 결과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계속돼왔습니다. 가해자가 합의를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을 저지를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서는 스토킹처벌법에 반의사불벌 조항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의회와 정부 사이의 긴 토론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은 당시 회의에서 "피해자 의사에 기초에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일관성 때문에 반의사불벌죄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송민헌 당시 경찰청 차장은 "처벌불원서를 써 주면서 다시는 나한테 오지 마라, 사적으로 해결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정부안이 받아들여져 '반의사불벌죄'로 출발한 스토킹처벌법은, 실제로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낳는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지난 6월 수원지법은 "고소를 취하해달라"며 "가족에게 평생 욕 먹고 더럽게 살지, 사건 종결해서 평화롭게 해결할지 현명하게 판단하라"는 등의 메시지를 수 차례 보낸 남성 A씨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연 피해자가 진정한 뜻으로 용서를 하고 화해를 해서 불송치한 것인지 수사기관이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습니다. 지난달 법무부도 반의사불벌 조항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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