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규제개혁과 생산성, 꾸준하고 과감해야

2022. 10.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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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공약부터 시작된 현 정부의 규제개혁에 관한 의지가 높은 듯하다. 연일 정부 부처들이 전기차, 배터리 등 산업 분야, 국토교통 분야, 금융과 부동산 등에서 다양한 규제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의 질을 강조하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선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 정부 규제개혁의 기조인 민간위주 투자주도 성장을 목표로 한 규제 완화가 실제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의 다양한 유무형의 영향에 대한 효과를 측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공공 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자 이에 대한 반대 논리가 회자되고 있어 학자로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는 공공기관에 안전성 및 신뢰성이 검증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 지난 2016년에 처음 만들어진 제도다. 이 인증기준은 글로벌 기술 표준과 달라서 외국 클라우드 기업의 참여를 막는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개편 의지를 공식화하였고 여기에 국내 일부 클라우드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증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논리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물리적 분리 등 클라우서비스 보안인증(CSAP) 제도가 가진 한국만의 특수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이미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선행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제도의 부작용 및 이를 개선함으로써 예상되는 공공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의 투자가 역차별 받지않기 위해 자신들과 동일한 투자를 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공공시장 진입을 계속해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라우드에서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물리적 분리 요건 외에도 보안 확보를 위한 다른 대안 기술들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근 논리적 분리 기술은 물리적 분리 기술에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보안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는 물리적 분리라는 한 가지 기준만 허용하면서 진입장벽을 만들었는데. 이를 유지하자는 주장은 세계적 기술발전 추세에 뒤쳐지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또한 물리적 분리 투자가 부담스러운 국내 중소기업들도 역시 커다란 진입장벽을 느낄 것이다.

현재의 클라우드 보안기술은, 예를 들어, 제로 트러스트(신뢰하지 않고 항상 검증하는 전략) 개념을 도입해 과거의 물리적 보안과는 다른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물리적 분리 기술만 허용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혁신적인 보안 개념을 도입하여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현행 인증제도 개편 반대의 또 하나의 주장은 국내 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및 공공시장 부문에서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을 것을 정부의 미흡한 지원 탓으로 돌리고,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기 보다, 일부 국내 기업을 보호해야겠으니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의 진입을 우선 계속해서 막고 보자는 것이다.

해외의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투자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시장 내에서 새로운 기업의 진출이 제한됨에 따라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기업은 신기술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 소수 기업들만 경쟁하는 우리나라 공공 분야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그리고 경쟁력있는 국내 및 국외 클라우드 기업이 모두 공공시장에 참여하게 된다면 공공기관의 민간클라우드 도입을 촉발시켜 결국 공공분야 시장 자체가 더욱 커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해외 국가에서 CSAP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허용함에 따라 한국의 공공 부문이 뒤처지는 결과를 의도하지 않게 초래하며, 국내 공공부문 분야의 선택권과 시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개발을 제한하게 된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에는 개별 산업이나 소수 기업들의 이해가 아니라 보다 크고 멀리 사회구성원 전체에 어떤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지 판단이 중요하다. 그 판단이 섰으면 기존 이해집단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규제개혁을 끝까지 완수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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