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바이오 경쟁력, 디지털기술 융합에 달려.. 대전환시대 주도할 것"

이준기 입력 2022. 10.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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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원년, AI·빅데이터 등 적극 활용
유전체 분석 시간·비용 줄이고 정확도는 높여
국산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도 핵심 역할
융합 가속화해 바이오 점유율 10%로 높인다면
반도체 뛰어넘는 신성장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
생명연 제공
생명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오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왜 찾았겠습니까. 삼성이 기술개발부터 제품까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 우리가 필요한 기술을 가진 나라는 우방이 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비우방이 될 겁니다.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바이오 대전환의 시대를 앞서 열어야 합니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 대전환 시대는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한 혁신기술 선점 여부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기정학적(tech-politic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바이오 기술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도 성공을 답보하지 못해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김 원장은 "1990년대에 시작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4조원을 투입해 게놈 해독까지 13년이 걸렸는데,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틀 안에 100만원 정도로 기간과 비용이 낮아졌다"며 "이는 엄청난 양의 유전체 데이터를 AI(인공지능)를 통해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라며 바이오 분야 기술혁신이 디지털과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최근 들어 바이오와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이 융합하면서 기존 바이오 R&D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혁신 동력 역할을 하면서 바이오 대전환의 티핑 포인트(임계점)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던 바이오 시대는 저물고, 디지털 기술 기반의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바이오의 오랜 난제인 속도, 스케일, 불확실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해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가속화해 초격차 바이오 융합 기술을 확보한다면 바이오 선도국으로 앞서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분야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가속화는 R&D 기반 바이오 패러다임을 공학 기반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전망이다.

김 원장은 특히 "글로벌 패권경쟁이 군사, 경제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분절된 단위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최종 단계인 제품 생산까지 전 주기 과정을 완성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디지털화, 플랫폼화, 전략기술 육성 등 3가지 전략을 통해 연구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성과로 바이오 대표 연구기관 자리매김"=지난해 8월 연임에 성공해 새로운 3년의 임기를 시작한 김 원장은 생명연을 세계적인 대형 연구성과를 내놓는 바이오 연구기관으로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7년간 축적해 온 기관의 연구역량을 결집해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새로운 R&D 체계 구축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합성생물학연구소'를 확대해 전문연구소 체제로 전환해 집단연구를 강화했고,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아 AI 기반의 양질의 빅데이터가 R&D에 활용되도록 디지털 바이오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산학연병 연구주체와 개방형 혁신을 통한 융합과 협력을 기반으로 감염병, 노화, 기후변화 등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한편, R&D 성과가 바이오 산업 성장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성과확산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기관을 효율 중심의 경영에서 가치 중심의 경영체계로 전환해 국가와 국민, 나아가 인류사회에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 원장은 "소통과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등을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내부 논의와 소통·연계를 강화해 생명연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적 현안과 난제를 융합연구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바이오 분야 대표 연구기관으로 생명연의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노화연구를 기관 중점 분야로 정해 노화 진단부터 치료, 지연 관련 연구를 위한 '노화융합연구단'을 유치했고, 바이오 센서와 유전자가위 기술 등을 활용해 암 등을 진단하는 '중대질환진단융합연구단'을 추가해 국가·사회적으로 필요한 임무형 융합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극복에 빛나는 활약상=생명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빠른 대응을 통해 코로나 위기 극복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영장류 실험모델을 개발해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했다. 전북 분원과 오창 분원 내 구축된 ABSL-3(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 시설을 활용해 기업들의 코로나19 후보물질 효능평가를 돕고, 혁신적인 진단기술을 민간 진단 기업에 이전하고 사업화를 지원해 'K-진단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 속에 알리기도 했다. 생명연의 지원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 중 8곳(9개 물질), 백신 개발기업 7곳(9개 물질)이 임상에 진입하는 성과하는 거뒀다.

김 원장은 "우리가 개발한 영장류 실험모델을 활용해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허가를 받아 제품으로 출시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들과 호흡을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규 감염병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어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백신 플랫폼 구축과 원천기술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 플랫폼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협력을 통한 기술개발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mRNA 백신 전달체 공동연구 협력을 통해 빠른 성과 확보를 도모하고 있으며, GIoPID-R(감염병 대응 글로벌 연구협력 컨소시엄) 회원국을 기반으로 감염병 발생 위험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과 감염병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교훈, 도전·혁신적인 R&D로 사업화 완성 및 원천기술 선점해야"=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첨단 바이오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는 진단기업들이 발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을 통해 'K-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모더나, 노바백스 등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을 맡아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술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김 원장은 "코로나 진단기기 개발을 통해 우리의 바이오 역량을 입증받은 데 이어 mRNA 백신 같은 도전적·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바이오 기술패권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부터 최종 사업화까지 기술 전 과정에 참여해 성공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연구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판단이다. 분절화되고 각자도생하는 기술개발 체계에서 벗어나지 않고선 혁신 신약 같은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사업화까지 성공할 수 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바이오 원천기술이 국가 전략기술로 의미를 가지려면 개발된 기술이 최종 단계의 기술사업화까지 연결돼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가치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 선진국들은 우수한 연구 경험과 역량, 전문성, 네트워크를 갖춘 바이오 인재를 중심으로 산학연병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융합과 협업으로 R&D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가령,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개발 경험을 바이오 생태계 주체들이 함께 공유하고 공유된 경험을 '밸류 업' 시킨다면 비싼 수업료를 들이지 않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또다른 혁신 신약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바이오 분야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만나 기존에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이 바이오 전 영역에 접목됨으로써 연구 생산성은 한층 높아지고, 디지털 기술 덕분에 연구 혁신을 가져와 단기간 내 대형성과 창출이 가능한 '뉴 바이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김 원장은 "데이터와 AI 기술 발전으로 유전체 분석 시간과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 바이오 산업 발전의 허들이었던 속도와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플랫폼 기술과 바이오 기술 간 융합을 가속화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2% 점유율을 10%까지 끌어 올린다면, 바이오가 반도체를 능가하는 새로운 국가 신성장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령, 신약개발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비용과 기간을 절반 가량으로만 줄여도 제품 개발까지 오래 걸리고, 성공 확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바이오 산업의 고정관념을 깨고, 산업 규모를 키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생명연은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분야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통한 디지털 대전환 선도,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한 첨단바이오 원천기술 확보,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성공기업 창출 지원 등에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미래 바이오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합성생물학과 첨단 바이오의약품 등 첨단 바이오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개방형 협력을 통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구축, AI 기반 신약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초격차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의 바이오 경쟁력은 R&D 단계에선 우수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산업화 역량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첨단바이오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 바이오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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