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 잔뜩 '허울뿐인 5G'.. '리얼5G' 팡팡 터지는 美에 선수뺏겨

김나인 2022. 10.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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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장·쇼핑가·도심외곽까지
5G 초고속으로 업·다운로드 이용
韓, 28㎓망 설치계획 10%에 그쳐
"전국망보다 인구밀집 지역 효율적"
mmWave 5G 기지국이 구축된 미국 소파이 스타디움.

우리나라는 불과 몇시간 차이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리얼5G'에서는 미국에 선수를 빼앗겼다. 5G 상용화 4년 차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5G 28㎓ 고주파 대역 상용화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통신사가 주도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와 국내 통신사, 단말기·장비 제조사들은 지난 8월 5G 28㎓ 해외 투자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시애틀, LA,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미국 5G 28㎓ 품질을 측정한 결과 이동환경에서 평균 다운로드 1.66Gbps(초당 기가비트), 업로드는 148Mbps(초당 메가비트)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 801.48Mbps, 업로드 속도 83.01Mbps(2021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비해 훨씬 뛰어난 수치다.

LA다저스 경기장, 체이스센터 농구경기장을 포함해 쇼핑가, 도심외곽지역 일부에 구축한 5G 초고주파(mmWave) 망 덕분이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소파이(Sofi) 스타디움을 포함, 사람들이 밀집한 주요 경기장에 5G 스포츠랩(SportsLab)을 구축해 마스크를 쓴 사람도 인식하는 안면인식 접근제어, AR(증강현실) 스튜디오, 센서로 사람 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실시간 군중 혼잡도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9월 기준, 버라이즌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해외 31개국에서 28㎓ 대역 등 초고주파 대역 주파수를 통신업계에 공급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가 지난해 전국 11개 핫스팟에서 추진한 28㎓ 시범 프로젝트는 최대 일주일간 서비스를 운영한 뒤 종료됐고, 이후 28㎓를 백홀로 하는 지하철 와이파이로 전환해 제공 중이다.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등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28㎓ 지하철 와이파이 설치 승인에 3~6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통신사는 장비 설치와 관련한 사전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통신사들은 5G 28㎓ 대역 이용 기간이 내년 11월 30일 종료되는데, 아직까지 객차 내 설비부착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 28㎓ 와이파이를 언제 쓸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28㎓ 대역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전무하다. 애플의 경우 미국에서 출시한 전 모델이 28㎓ 대역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내놓은 휴대전화 27개 모델 중 4개 모델을 제외한 23개 모델이 28㎓ 대역을 지원한다. 일본 또한 2019년 이후 출시된 휴대전화 19종 중 7개 모델이 28㎓를 지원한다. 인파가 몰리는 행사장, 상업시설, 주요 역 등 혼잡한 지역에서 초고주파 서비스가 제공된다.

변 의원은 "5G 상용화 4년째 28㎓ 정책 방향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반쪽짜리 5G 단말기를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고 있다"며 "정부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5G 가입자, 제조사, 이통사에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이후 모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초고주파 대역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실내용 기지국, B2B(기업간거래) 모듈이 출시돼 28㎓ 장비·단말 생태계도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5G 단말·장비 제조사 입장에서는 5G 28㎓ 망이 구축돼야 장비, 단말 생태계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통신사들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통신장비 산업은 국가 이동통신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을 위한 토대로, 세계 각국은 핵심 기술 확보와 국제 표준 주도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국내 5G 통신장비의 글로벌 인지도는 선도 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취약한 핵심 소프트웨어와 부품 경쟁력이 약점의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5G 고도화 기술,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 확보뿐 아니라 선제적이고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일본도 28㎓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데 우리만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대비하고 스마트폰 등 단말 시장을 키우려면 28㎓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8㎓ 대역의 경우 전국망 구축보다는 특정 인구밀집 지역(핫스팟) 위주로 구축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초고주파 기술은 6G로 이어지는 만큼 6G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민관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6G 시대에는 후보 대역으로 서브테라(100~300㎓)까지 고려되는 만큼 초고주파인 28㎓ 대역의 활용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3년 설립된 5G포럼 감사를 맡고 있는 김동구 연세대 교수는 "28㎓ 대역에 대한 불확실성은 R&D 중심의 기술 개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글로벌 리더 국가들은 기술이 상용화되는 순간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만큼 범 부처 차원의 협력뿐 아니라 이동통신사, AI, 클라우드, 디바이스 등 다양한 사업자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사업체 주도의 민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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