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로페이 가맹점 63%가 실적 '제로'

박윤균 2022. 10.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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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사업 文정부 지원
단말기·홍보비 400억 썼지만
가맹점 대부분 활용 못해

자영업자들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 '제로페이' 사업이 막대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로페이 도입 전부터 지적이 쏟아졌던 공공의 민간 영역 침범 우려와 실효성 논란을 무시하고 정치적 이유로 밀어붙였다가 실패를 자초한 셈이다.

3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를 설치해놓고 단 한 번도 활용하지 않은 가맹점은 60%를 넘었다. 서울시가 누적 결제 금액이 조 단위에 달한다고 홍보했지만 상품권을 제외하고 순수 결제 금액만 따지면 3년간 누적 결제액이 40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제로페이를 설치한 138만3305개 가맹점 중 누적 결제액이 0원인 곳은 87만2792개로, 전체 중 6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전체 가맹점 중 83.4%는 누적 결제액이 100만원 이하였다. 대다수 가맹점이 제로페이 시스템을 전혀 활용하지 않거나 활용하더라도 이용 실적이 저조한 셈이다.

제로페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이 3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시작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하는 등 힘을 실으면서 2019년 본격적으로 전국 단위 서비스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제로페이 확대를 위해 가맹점 QR 키트와 단말기 보급, 홍보·마케팅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고 지원한 예산액은 4년간 399억6000만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60억원, 2020년 102억원, 지난해 135억600만원, 올해 102억원이다.

하지만 민간 카드사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로페이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적이 '초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외면한 것은 결제 방식이 불편하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구 의원은 "제로페이는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지만 결제 방식이 불편하고 신용카드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 등으로 가맹점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면서 "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상황이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로페이 결제 총액만을 근거로 제로페이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제시한 제로페이 연간 결제액은 2019년 767억원 수준에서 2020년 1조808억원, 2021년 2조 4653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야당이 내세운 결제액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이 포함돼 있어 '거품'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결제 건을 빼면 3년간 누적 결제액은 4605억원에 불과하다. 가맹점 1곳당 결제액이 33만4000원에 그치는 셈이다.

상품권을 활용하기 위해 제로페이 서비스를 억지로 이용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제로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선택한 소비자는 극히 드물다고 해석된다. 제로페이를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추가로 제로페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가맹점도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다. 가맹점 수는 2018년 기준 약 1만6000개에서 2019년 32만4000개, 2020년 72만9000개, 2021년 138만3000개로 폭증하는 추세였지만, 올해 상반기엔 9만6000개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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