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악열차 온몸으로 반대하는 이유? 함께 살기 위해서!

한겨레 2022. 10. 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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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북 남원시청 앞에서는 매주 목요일 지리산 산악열차를 반대하는 침묵시위가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 무더웠던 여름철에도 땀 흘리며 피켓을 들었고,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릴 때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고 손을 비벼가며 남원시를 향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외침을 전했다.

그러나 남원시는 눈과 귀를 막고 무소의 뿔처럼 지리산 산악열차 레일을 깔려고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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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7월 전북 남원시청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추진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대대책위 제공

[왜냐면] 장효수 | 남원시민

지난 2년 동안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북 남원시청 앞에서는 매주 목요일 지리산 산악열차를 반대하는 침묵시위가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 무더웠던 여름철에도 땀 흘리며 피켓을 들었고,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릴 때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고 손을 비벼가며 남원시를 향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외침을 전했다. 그러나 남원시는 눈과 귀를 막고 무소의 뿔처럼 지리산 산악열차 레일을 깔려고 나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왜 남원지역 관광과 발전을 위해 설치하려는 산악열차를 반대하냐고 비난한다. 더 많은 관광객이 오고, 그들이 여기에 와서 돈을 많이 쓰면 남원이 부자가 되는데 왜 환경단체들은 사사건건 반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친환경 전기산악열차인데 왜 반대하느냐고 비웃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함이다.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의 자녀들 그리고 그 후손들까지 살기 위함이다. 우리 남원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그리고 우리 지구촌이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불편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집중호우로 남원과 구례는 동네가 물에 잠기는 등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우리 지역에서 430㎜ 집중호우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우리 이웃들은 홍수가 나서 진흙으로 가득 찬 안방과 부엌을 보며 좌절했다. 우리 지역에서는 이번 봄에는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았고, 이상기온으로 벌이 많이 죽었다.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이웃들이 지난해의 절반밖에 수확하지 못했다고 힘들어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사람들이 긴장해 멈춰 서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 여행하지 않고 차량 이용을 줄였을 때, 우주에서 찍은 지구가 맑아진 사진을 보았음에도 심각한 망각의 동물인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른 지역은 탄소중립을 위해 개발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 정도는 개발해도 괜찮아 하면서 작금 우리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있다.

시가 산악철도를 설치하려고 하는 그 도로는 오랜 세월 환경부에서 200억원 이상을 들여 복원한 반달가슴곰이 다니는 길이다. 50톤 이상 산악열차가 큰 진동과 소음을 내며 다닐 길 주변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관광을 통한 돈벌이라는 인간의 탐욕과 즐거움을 위해 산을 파헤치고 소음과 진동을 통해 거기 살던 동식물들을 몰아내려는 폭력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무너지면 다른 국립공원도 더 크게 개발하려고 할 것이고, 우리의 산과 강과 바다는 개발론자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리산을 오르려는 산악열차를 온몸으로 막는다. 산에서 벌어지는 4대강 사업이요, 산악열차가 아니라 사악열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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