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이정재가 열연한 청춘, 2030들 '내 이야기' 같을걸요"

신진아 2022. 10.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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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관객 품으로 돌아오는 영화 '젊은남자' 감독 배창호
8090 영화계 이끈 한국의 스필버그
연기경력 1년도 안 됐던 이정재 캐스팅
꿈에 목말라 조급해하고 때론 좌절하는
여느 20대의 모습 스크린 속에 담아내
"영화 속 인물들 현 청춘과 본질 같을것.. 작품이 삶 돌이켜보는 계기 될 수 있길"
배창호 감독이 배우 이정재의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를 28년 만에 재개봉한다. '젊은 남자'는 감독 데뷔 40주년 배 감독의 13번째 연출작이자 '배창호 프로덕션'의 창립작이다. 배 감독은 영화란 늘 삶을 바라보는 거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속 이정재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물을 때마다 늘 '젊은 남자'를 꼽는다. 배창호 감독님 덕분에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배우 이정재의 말이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가 오는 12일 무려 28년 만에 재개봉한다. '젊은 남자'는 올해 감독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배창호 감독의 13번째 연출작이자 '배창호 프로덕션'의 창립작이다. 배 감독은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후 그의 데뷔작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개봉하게 됐다"며 "그동안 VHS로 남아있어 IPTV나 OTT에서 서비스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춘영화의 원형, MZ세대와 소통하고파"

배창호 감독은 선배였던 이장호, 후배였던 이명세 감독과 함께 1980~1990년대 한국영화계를 견인한 주역이다. '꼬방동네 사람들'(1982)로 데뷔한 그는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 '황진이'(1986),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꿈'(1990)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를 선보여 '한국의 스필버그'(영국의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았다. 영화산업 시스템이 격변하던 시기인 1994년 제작사 '배창호 프로덕션'을 설립해 X세대의 감성을 담은 영화 '젊은 남자'를 내놓았다. 이 영화로 이정재는 X세대 아이콘으로 등극했고, 대종상·청룡상 등 각종 신인상을 석권했다.

배 감독은 당시 투자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 경력 1년도 채 안 됐던 이정재를 기용했다. 그는 당시 이정재에 대해 "마스크가 너무 개성 있지도 그렇다고 무개성하지도 않고 적절했다"며 "뛰어난 신체 조건에 열정도 있고 역할에 대한 이해도 빨랐다"고 기억했다. 또 "개봉 후 이정재가 입대한 기억이 난다. 이듬해 봄에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되면서 이정재는 전국적 스타로 부상했었다"고 돌이켰다. 글로벌 스타가 된 지금의 성공에 대해선 "많이 축하한다"면서 "너무 도취하지 말고 잘 즐기길 바란다. 성공이 주는 기쁨이 있다. 좋은 작품 계속 해나가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젊은 남자'는 소위 옛날 영화인데도 배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덕에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앳된 얼굴로 한껏 멋을 낸 이정재의 모습은 지금 봐도 멋지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전미선의 반항적인 모습과 은막의 스타가 된 고혹적인 분위기의 이응경 그리고 '현역' 신은경의 젊은 시절 모습은 여러 가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신인 권오중, 강성진, 정찬의 모습도 반갑다. 영화적으로는 성공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 안타깝게 사그라지는 청춘의 모습이 쓸쓸하다.

배 감독은 "1990년대 당시 표현욕구와 성취욕구가 큰 X세대가 출현했다. 그들이 궁금해 대화를 나누고 록카페 등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꿈에 대한 갈망이 크면서도 성급하고 또 좌절한다는 점에서 내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취향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MZ세대와도 소통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스타를 꿈꾸는 행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배 감독은 말했다. "그들에게 일종의 경고음을 들려주고 싶었다. 삶의 엄중함이라고 할까. 꿈을 좇는 것도 좋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급하게 가거나 스스로 깨어있지 않으면 사소한 부주의로 준엄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라, 영화보다 삶"

꿈은 청춘의 특권과도 같다. 배 감독 역시 어릴 적부터 영화감독을 꿈꿨으나 현실적 이유로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아프리카 파견 근무 중 이장호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는 생각에 곧장 귀국해 사표를 냈다. 그는 "막상 영화판에 들어가 보니 현실이 만만치 않았다"며 "열정과 능력뿐 아니라 인내심도 필요했다. 그래서 데뷔작으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영화판을 떠날 생각이었다"고 돌이켰다. 결과적으로 그는 총 18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이후 건국대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마지막 강의 때 그는 학생들에게 "영화보다 인생을 더 소중히 하라"고 조언했다. "학생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생의 다른 의미를 찾으면 된다." 사람은 늘 가지 못하는 길에 미련을 두나, 인생이란 얻는 게 있으면 놓치는 것도 있다. 배 감독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듯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기 때문에 아내가 감수해야할 부분이 있었다"며 고충도 내비쳤다.

"예술의 길은 힘들고 외롭다. 유혹도 있기에 늘 내 길을 점검하고 점검해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나만의 가치를 찾았고, 내 마음의 지도를 따랐다." 자신만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영화란 마음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 삶을 바라보는 거울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 무의식에 있던 생각을 구체화한 작품이 바로 영화 '황진이'였다. 그렇다고 영화를 마냥 훈계조로 만들면 안 된다. '젊은 남자'도 흥미롭게 찍고자 했다. 그저 내가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이 찾아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칠십을 앞둔 어른께 삶의 조언도 구해봤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흔히 직시하면 괴로우니까 숨거나 도피한다. 그러면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는데 무작정 낙관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해결책이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감성과 이성의 균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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