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특수' LNG船..4년치 일감 다 찼다

문광민 2022. 10.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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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현대삼호중공업 가보니
30년간 LNG선 38척 지었는데
수주 잔량만 이미 39척 달해
에너지 수급난에 '몸값' 올라
1년 사이 선박가격 20% 상승
올 신규 수주 55%가 LNG선
전남 영암군 소재 현대삼호중공업 전경.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1~9월까지 LNG운반선 19척을 신규 수주했다. [사진 제공 = 현대삼호중공업]
지난달 28일 찾아간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1안벽(岸壁·접안 구조물) B선석(船席·배를 대는 자리)에선 적재용량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석에서 이어진 임시 계단을 따라 배 안으로 들어가자 벽면 사방이 거대한 와플 모양의 스테인리스 소재로 뒤덮인 동굴이 나타났다. LNG운반선의 핵심 설비인 '화물창'이다.

화물창은 극저온 상태의 LNG를 저장·보관하는 탱크다. 천연가스는 영하 163도에서 액체가 된다.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기체 상태일 때에 비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다. 이 덕분에 수송에 유리하지만 다루기는 까다롭다. 만에 하나 화물창 내부에 균열이 생겨 선박 본체가 LNG에 노출되면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LNG선 품질은 화물창 시공 기술력에 좌우된다. 비슷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더라도 얼마나 차별된 노하우를 가지고 작업했느냐에 따라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난다. 각국 선주들이 한국 조선업체에 LNG선 건조를 맡기는 이유다. 조상선 현대삼호중공업 외업3부문 멤브레인공사부 책임매니저는 "LNG선을 만들기 위해선 정밀한 건조 기술력이 중요하다"며 "업력이 짧은 조선사가 LNG선 시장에 진입하기는 그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992년 창립 이후 30년간 LNG운반선 38척을 만들어 전 세계 선주사에 인도했다. LNG선 수주 잔량은 그보다 많은 39척에 달한다. 2026년 상반기까지 쉬지 않고 만들어야 소화해낼 수 있는 물량이다.

LNG선 몸값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각국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는 와중에도 LNG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다.

LNG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징검다리 연료'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확대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수급 불균형이 더 커졌다. 각국이 가스전 추가 개발 등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LNG선 수요는 늘어났다.

현대삼호중공업 1안벽 B선석에서 한창 화물창 시공 작업을 하고 있는 '8105호선'(명명식 전 가칭)은 LNG선이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원래 8105호선은 러시아 선사가 지난해 발주해 내년 4월에 받아갈 배였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올해 7월에 계약이 해지됐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러시아 선사와 맺은 LNG선 3척의 건조 계약을 해지하고 그리스 선사인 알파가스와 새로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 가격은 오히려 20%가량 올랐다. 지난해 7월 1척당 약 2억달러였던 LNG선 가격은 1년 만에 2억4000만달러로 높아졌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년에 LNG선 8척을 지을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갖췄다. 내년에는 생산 능력을 키워 연간 9~10척의 물량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이후 전 세계 LNG선 수주량에서 매년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그중 절반가량을 담당한다.

[영암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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