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영리한 매운맛' 볼턴

한예경 2022. 10. 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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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몇 차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별로였다. 유엔 대사까지 지낸 최고위급 외교관치고 너무 극단적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세계지식포럼에서 그의 강연을 지켜보던 강경화 전 외교장관이 도중에 자리를 뜬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은 진작에 시리아·이란·북한 등과 전면전을 펼쳐야 할 판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반도가 통일되거나 최소한 북한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핵무기 위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정권과 협상만 하다가 30년을 보냈는데 지금 누가 그걸 성공이라 말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외엔 방법이 없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직 외교부 차관이자 러시아 측 북핵수석대표를 맡고 있던 이고르 마르굴로프를 주중 대사로 임명했다. 미국의 성 김 북핵특별대표가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하며 '파트타임' 북핵대표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러시아는 아예 북핵대표 자리를 비워버렸다. 지금 워싱턴 싱크탱크 북한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담대한 '구상'인지 '계획'인지 헷갈려 한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있다지만 TV네트워크에서 섭외 전화 한 통 안 온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은 관심 밖이다.

한국 기자의 눈으로 보자면 볼턴은 '영리한 매운맛'이다. 연이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유엔 추가 제재조차 어려운 현실을 묻자 그는 "추가 제재 생각 말고, 있는 제재나 잘 이행하라"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의 제재 우회로가 되고 있는 걸 가만둬선 안된다는 '강성 제재주의자'의 주장이다. 그의 세션이 끝나자 어느새 청중이 그를 보러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화끈한 그의 화법에 끌린 것일까.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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