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내려온 '평화의 범'..음악으로 전쟁·코로나 맞서다

정혁준 2022. 10. 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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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9시께 남북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인근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 범이 내려왔다.

이날 열린 '디엠지(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밴드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를 부른 것이었다.

전쟁·핵·코로나와 맞서 싸워주기를 바라는 범, 평화의 범이 되길 바라며 관객은 모두 어깨동무하고 큰 춤사위를 벌였다.

'우리의 평화는 음악'을 주제로 한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1∼2일 철원 고석정과 월정리역 일원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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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현장
2일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에서 열린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밴드 이날치의 노래에 맞춰 댄스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춤을 추고 있다.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제공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지난 2일 밤 9시께 남북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인근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 범이 내려왔다. 이날 열린 ‘디엠지(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밴드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를 부른 것이었다. 전쟁·핵·코로나와 맞서 싸워주기를 바라는 범, 평화의 범이 되길 바라며 관객은 모두 어깨동무하고 큰 춤사위를 벌였다.

이날치의 짝꿍 역시 빠질 수 없는 법.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지만, 댄스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빨간 슈트와 투구, 색동옷과 다양한 모자, 선글라스 차림으로 중독성 있는 선율에 맞춰 춤사위를 펼쳤다.

2일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에서 열린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가수 한영애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제공

다음은 한영애였다. “피스트레인(평화열차) 고! 고!”라고 외치며 무대에 오른 한영애는 젊은 가수에 뒤지지 않는 무대 장악력으로 열광적인 분위기를 끌어냈다. ‘말도 안돼’로 시작해 ‘바라본다’까지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관객은 한영애를 향해 “거기 누구 없소?”라며 앙코르를 요청했다. 그가 앙코르곡으로 부른 노래는 ‘조율’이었다. 한영애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라고 부르자 관객은 서로 어깨를 잡고 큰 원을 만들며 덩실덩실 하나가 되는 춤을 췄다.

‘우리의 평화는 음악’을 주제로 한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1∼2일 철원 고석정과 월정리역 일원에서 열렸다. 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이자 한국 시티팝의 원조인 윤수일밴드,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대표 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출신 디제이(DJ) 마키마쿡, 미국 록 밴드 스타크롤러 등 6개국 25개팀이 두 파트로 나눠 마련한 무대에 올랐다.

2일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에서 열린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비를 맞으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제공

코로나로 인한 정적을 깨고 3년 만에 돌아온 축제는 특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이에 따른 핵전쟁 우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지긋지긋한 마지막 전투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달 26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50명 이상 모이는 야외 집회나 공연·스포츠 경기 관람 때도 완전히 해제된 이후 열리는 첫 대규모 야외 공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선 관객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연을 즐겼다.

둘째 날 축제는 오후 3시 무대 대형화면 속 평화열차가 울리는 기적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첫 무대는 밴드 불고기디스코가 열었다. 이들은 강렬한 기타 루프의 ‘선데이 로스트’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래퍼 넉살과 밴드 까데호의 합동 무대,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가 이끄는 김오키뻐킹매드니스 등 국내 뮤지션이 무대를 이어나갔다.

국외 뮤지션도 함께했다. 타이에서 떠오르는 남성 인디팝 듀오 하이브스, 프랑스에서 온 2인조 밴드 인스펙터 클루조, 동유럽 리듬과 펑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헝가리 출신의 보헤미안 베티아스 등이 공연을 펼쳤다. 마지막 무대는 국내 대표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이 ‘브레인리스’로 시작해 ‘넌 내게 반했어’로 마무리 지었다. 이날 온종일 거센 비가 내렸지만, 관객의 열정을 식히진 못했다.

1일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에서 열린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김재훈과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아티스트 이랑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제공

앞서 1일 낮 1시 월정리역에선 콘서트 ‘끊어진 철로 위의 노래’가 열렸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의 간이 정차역이었던 월정리역을 배경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김재훈,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아티스트 이랑이 공연을 펼쳤다.

김미소 페스티벌 총감독은 “지금도 전쟁과 폭력, 재난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는 우리 시대에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하다”며 “이번 페스티벌에 모인 많은 뮤지션과 관객은 서로에게 선을 긋지 않고 함께 춤을 추면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를 기억하고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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