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양주·의정부 물류시설 건축허가 문제..법적다툼 '갈등 확산'

이상휼 기자 2022. 10. 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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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예정자 등 주민들 "내 집 옆 무조건 반대"
공직사회 "전략없이 허가취소하면 훗날 막대한 재정적 손실 야기"
의정부지법 전경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남양주, 양주, 의정부 등에서 물류시설 건립 관련 시행사와 주민들의 갈등이 법적 분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앞으로 장시간 행정적·법적 소모전으로 비화되고, 이어 소송 향방에 따라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야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류시설 인근 주민들 또는 인근 아파트 입주예정자라고 일컬어지는 민원인들은 '무조건 반대, 무조건 취소' 등을 주장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대화와 타협은 어려워 보이는 국면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주민들의 표심에 호응하고자 '물류시설 취소'를 언급했던 일부 지자체장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내준 건축허가를 다시 뒤집어 취소할 경우 법적 분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값 급등,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그 동안 정중동했던 물류시설 시행사들 측도 개별적 강경 대응에 나섰다.

남양주시 별내동에 물류시설(물류센터 또는 물류창고) 건립을 진행중인 A시행사는 건축 관련 인허가를 지연한 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지난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별내동 일대 토지 약 1만5000평을 매입했으며 그중 8000여평에 최신식 물류시설을 짓겠다는 방침을 세워 같은 해 5월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해왔다.

당초 알려진 규모는 지하 2층~지상 7층으로 알려졌는데 층고가 11m라서 이 물류시설의 지상 높이는 80m에 육박한다. 이에 주변 주민들이 집단 반대하기 시작했고 감사원 감사도 이뤄진 바 있다.

반대 여론 등이 커지자 시는 '매연 역류 문제' 등을 우려하며 건물의 높이를 굴뚝보다 낮출 것을 A사에 요구했다. A사는 시가 요구한 기준에 맞추겠다는 취지로 올해 2월 시에 서류를 수정 제출했지만 시는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A사는 약 7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해 손배소를 제기했다. A사는 수정안을 시에서 허가 안 해주는 만큼 당초 허가받은대로 물류시설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A사는 직무유기 등으로 형사적 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자들에 대해 단계적 대응을 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주시 고암동에 물류시설 건축허가를 시로부터 받아낸 뒤 건립을 진행 중인 B시행사도 도로점용 허가 지연으로 인해 손해가 커지자, 손해를 입힌 이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B사는 2020년 상반기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토지를 매입했으며 고암동 593-1(623억원), 592-1(218억원) 일대 부지에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의 대형 물류시설을 건축한다는 계획이다.

B사는 취득세를 포함한 토지매입비에만 약 870억원을 썼고 현재까지 용역비와 금융비 등 추가로 200억원대 이상이 소요돼 총 1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교통 체증, 안전 문제, 환경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반발하자, 시는 물류시설 건립에 제동을 걸었다. 이미 내린 건축허가는 취소하기 힘들지만, 그 대신 '주변 도로점용을 받지 않았다'면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B사 측은 "LH로부터 용도에 맞게 토지를 매입했고, 매입 후 초기 단계에서 복합상업시설 등도 검토했으나 오히려 교통체증 문제가 더 심하다는 관계기관의 판단이 있었으며 주변 소상공인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인허가가 더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짓는 대형 물류시설은 고양 원흥동 쿠팡물류센터처럼 새벽시간대만 움직이고 이외에는 교통체증이 거의 없으며 안전 문제도 이상이 없다"며 "물류시설은 온라인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고객들의 필요에 의해 짓는 일종의 상업지원시설이지, 혐오시설이 아니다.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 와전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 및 행정기관과의 대화와 협력을 원하기에 강경 대응은 자제하지만, 이대로 시간끌기식 행정행위가 이어진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웃한 의정부 고산지역 주민들은 양주 주민들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실력행사를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고산지역 주민들이 의정부시장을 상대로 낸 고산지구 물류창고 건축허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2심인 서울고법에서도 기각됐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의정부 주민들이 의정부시장을 상대로 낸 물류창고 건축허가에 대한 건축허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앞서 주민들은 "물류창고가 들어설 예정인 부지는 당초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물류창고로 바뀌었다"면서 "스마트팜이 조성되면 일자리창출 등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물류창고로 인해 오히려 주민들의 공익이 사라지고 불편을 겪게 될 처지"라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의정부시 측 변호인은 "물류창고 건축허가 관련 당사자는 의정부시와 건축신청을 한 업체이며, 제3자인 주민들이 건축허가를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는 현재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의정부지법 행정2부는 지난 4월 "신청인(주민)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가 있어 예방 차원에서 효력정지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주민들은 1심의 가처분 기각에 불복, 항고했으나 2심 법원도 기각했다.

고산지역 주민들은 지난 2월22일 의정부시장을 상대로 물류창고 건축허가취소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도 제기한 상태로 이달 중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경기북부지역 지자체에서 서기관을 지낸 퇴직 공무원 C씨(60대)는 "집단 강성여론에 이끌려 지자체장이 전략없이 허가취소를 강행할 경우 후일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면서 "만일 패소에 따른 재정적 손실에 직면했을 때 집단민원을 낸 시민들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땐 오히려 민심이 싸늘해져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공무원 D씨는 "건축허가가 나기 전이었으면 못 짓게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건축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는 서로 갈등과 막대한 소모비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면서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게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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