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트럭, 전기트럭 맏형 44톤 'FH 일렉트릭' 타보니 '미래 여기까지 왔다'[손재철 시승기]

손재철 기자 2022. 10. 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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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톤 볼보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이 트레일러를 달고 서킷을 향해 주행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주 ℓ당 1704.9원이고, 경유는 1836.5원으로 집계됐다. 말그대로 고유가 시대 속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월담하는 유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디젤엔진으로 전국을 가장 많이 달리고 있는 상용차 진영에선 트레일러 결합형 트랙터는 물론이고 카고에 이어 트럭, 심지어 밴 차종에서도 디젤을 ‘전기차(Electric vehicle)’로 대체하려는 잠재적 수요층이 갈수록 두터워 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한 시내 주유소 유가 단가. 경유값이 1850원대다.


이는 국내외 상용차 마켓 공통 현상으로, 동종 업계는 이대로라면 글로벌 전기트럭 시장이 2023년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만큼 마켓 볼륨이 커지고 있는 것인데 이젠 중형 사이즈를 넘어 40톤급 이상 대형 전기 트럭 카테고리에서도 경합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대형 트럭 카테고리 분야에서도 ‘배터리 전기 차량’이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반면 ‘급속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풀어 나가야할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 가보니


이 같은 ‘교차 방정식’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으로, 중대형 전기트럭 양산체제를 세계최초로 갖춘 볼보트럭(Volvo Truck) 본사 소재지(스웨덴 예테보리) 내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방문했다.

볼보전기트럭 라인업이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집결해 있다.


앞서 독일 하노버 상용차 모터쇼 IAA 2022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볼보전기트럭 ‘일렉트릭 FH’를 비롯한 FM, FL, FE 등 볼보전기트럭 라인업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특히 볼보트럭들이 시험주행을 할 수 있도록 전용 서킷도 마련된 곳이다. 아쉬운 점은 인근 서킷 주변에 이웃한 볼보자동차의 신차 승용차 테스트 드라이브 관련 민원으로 서킷 진입 이후 부터는 촬영이 불가했다.

볼보전기트럭 시승을 위해 한국 기자가 이 곳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방문해 서킷 주행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최초다. 또 볼보트럭 일렉트릭 풀라인업을 기자단 서킷 시승을 위해 준비한 것도 볼보트럭 역대 처음이었다.

트레일러와 결합된 44톤급 볼보 전기트럭 FH 트랙터가 시험주행에 앞서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정차돼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볼보전기트럭 대장 44톤 ‘FH 일렉트릭’


먼저 볼보 일렉트릭 트럭 라인업의 최상위 맏형격인 ‘FH’ 전기트럭을 시승하며 기존 디젤 대비 결이 다른 출력과 토크, 그리고 코너 주행 시 안전성 등을 살펴봤다.

볼보전기트럭 대형 라인업인 FH, FM 등이 정차돼 있다. 모두 순수 배터리 전기차량들이다. 사진 | 손재철기자


시승 차량 사양은 엑슬(차축)구성 4x2 구성 트랙터로, 오로지 전기로만 최대 666마력을 내고, 후미에 트레일러를 단 최대 44톤급 ‘FH 전기트럭’이다.

캡 높이가 상당해 3단 계단을 밟고 오르는데도 올라 타기가 쉽지 않은 대형 전기 트럭이었지만 전면부 디자인 등 외관은 기존 동급 디젤 모델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44톤급 ‘FH 전기트럭’ 캡 루프 높이는 3~4m에 이른다. 사진 | 손재철기자


운전선에 앉아보니 지상에서 2m 이상 안팎 정도에 위치한 시트 포지션 덕에 탁트인 ‘뻥뷰’가 운전자와 승객들을 반길 만했다.

특히 시승차는 4명이 널찍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시트가 독립적으로 마련돼 있었고, 천정 높이 역시 183㎝ 키를 지닌 기자가 운전석에 앉았다 일어나도 닿지 않을 만큼 여유롭게 셋팅돼 있었다.

볼보 FH 일렉트릭. 3단계 스텝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전기차 전원을 ‘인가’한다. 그리고 주행모드로 기어노브를 변경한 뒤 엑셀을 밟아보니 ‘위이잉’ 거리는 가상 사운드를 내는 44톤급 대형 전기트럭이 6개 바퀴로 이뤄진 길고 긴 롱바디 트레일러를 끌며 미끄러지 듯 전진해 나갔다. 트럭 운전이 처음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해 인스트럭터(instructor)도움을 받으며 서킷 진입로로 차량을 몰았다.

볼보전기트럭 FH 일렉트릭 운전석 조작부. 기존 디젤 모델처럼 물리적 기능 버튼들로 이뤄져 있고 클러스터에선 주행 가능거리, 전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손재철 기자


이후 서킷 진입 직전에서 만난, 경사각 8도 수준 오르막길 중간에서 고의적으로 차량을 멈췄다가 다시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약간 울컥거리는 현상은 있었지만, 이는 엑셀을 깊게 밟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 차량은 민첩하게 ‘순간 토크발’로 트레일러를 견인해 인상적이었다. 여느 동급 디젤트럭이었다면 ‘부르릉’ 거리는 엔진 구동음에 차체 떨림이 캐빈룸까지 들어왔겠지만 야물딱진 이 전기트럭에선 ‘바퀴 굴림 마찰음’만 들릴 뿐이었다.

44톤급 ‘FH 일렉트릭’이 스타트 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고속 구간에서도 전기차 특유의 강점들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실제 구동 시 소음은 ‘위잉’거리는 사운드 외 거의 없었고, 하부에서 올라 오는 잔진동도 여느 디젤 트럭들과 ‘비교 불가’였다. 그야말로 순수 전기차 특유의 밸런스를 갖추고, 고속 출력 지속성도 ‘모자람’이 없었다.

FH 일렉트릭이 롱바디 트레일러를 코너에서 몰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완충하고 ‘300km’ 넘는 주행거리, 기동력 꿰차


적정 출력·토크를 위한 2~3개의 전기모터들을 선택 적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구동 최대 출력도 330~490㎾(450~666마력)으로 구분된다. 1회 완충 최장 복합 공인 주행 거리는 4x2 기준, 300㎞다.

FH 일렉트릭은 정숙성이 우수한 기동력을 발휘한다. 사진 | 손재철기자


삼성SDI가 공급한 리튬이온 배터리 및 적재공간에 짐을 가득 채우고 얻는 계측치인데 볼보트럭은 같은 적재 조건으로 현지에서 44톤 FH로 평균 80㎞/h로 테스트 주행해 얻은 수치는 343㎞에 이른다.

충전 효율은 DC(250㎾) 급속으로 2.5시간, AC(43㎾)로는 9.5시간 정도. 하부에 평평하게 들어간 배터리 용량은 180kwh~540kwh(배터리 2~6개)로 역시 선택 적용해 넣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일종의 고객 맞춤형 차량 셋팅 방식에 대해 볼보트럭코리아 이현철 마케팅 상무는 “차주의 평균 주행거리와 효율적 비용 등을 면밀하게 계산해 최종 배터리 용량을 탑재한 차량이 차주에게 인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볼보트럭코리아 이현철 마케팅 상무가 볼보트럭(Volvo Truck)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고객 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있다.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시야가 ‘뻥뷰’. 전용 에어 서스펜션 장착으로 운전석 흔들림이 적절하게 제어된다.


서킷에 올라 엑셀 페달을 힘껏 밟아보니 마치 대형 SUV를 주행하는 듯한 묘한 승차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속이 붙은 시점에 깊게 페달을 더 밟아보면 ‘치고 나간다’는 표현이 걸맞을 만큼 빠른 기동력을 보여줬다.

NVH 제어 우수하고 회전 구간 ‘안정’


이후 서킷 끝자락에서 만난 U턴 구간. 코너를 ‘빅턴’하며 코너 주행 안정감을 테스트해보니 차체 자세 흔들림은 잘 억제됐고 이 때 후미 트레일러 코너웍도 안정적이었다. 이는 전용 에어 서스펜션이 차축에 들어가고, 볼보트럭의 운전조향 편의사양 전매특허인 ‘VDS’가 올려진 덕이다.

볼보트럭의 운전조향 편의사양 전매특허인 ‘VDS’


실제 노면을 울퉁불퉁하게 인위적으로 만든 구간에선 VDS 강점이 더욱 발휘돼 FH 스티어링 휠이 좌우로 요동치지 않았고, 코너 조향 시에도 팔목이나 어깨 부담감은 거의 없었다.

그 만큼 부드럽게 견인할 수 있게끔 만든 전기트럭이었다. 이를 두고 볼보트럭에선 한 손가락만으로도 FH 조향이 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이 좌향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고속 안정성은 시속 70km를 넘는 속도에도 여느 대형 SUV 승용차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평점’ 이상이었다. 그 만큼 셋팅이 단련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전기차량에 적합한 다단계 i-쉬프트 기어박스가 모터와 효율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도 인정받을 만 했다.

중형 전기트럭 차별화 여기까지 FE·FL 무슨 차


다음으로 살펴본 모델은 FE·FL 일렉트릭. 이 두 모델은 트럭 활용성 및 지상고에 따라 구분되는 볼보트럭의 중형급이다. 국내엔 중형트럭 기준 커트라인 ‘5㎝’를 차체 바디가 초과해 들여올 수 없지만 분명 내수에서도 반길만 한 전기트럭이라는 평가가 걸맞을 수 있다.

볼보 중형 FE 일렉트릭(오른쪽) 사진 | 손재철기자


볼보 전기 중형 트럭 FE사진 | 손재철기자


예컨대 일반 대중들도 관심 가질 수 있는 사이즈로, 멀리 내다 본다면 ‘널찍한 차박용’ 베이스카로도 도전해 볼 만한 크기다. 하지만 ‘VDS’를 지원하지 않아 운전 조작이 불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FL 차축은 4x2 단일 형태. 주행거리는 FL 기준 200~250km. 볼보트럭이 2019년부터 양산해온 중형 전기트럭이다.

볼보 전기 중형 트럭 FE


짧게 시승해 본 결과 맏형인 ‘FH’보다 캡 높이가 절반 이하로 낮고 전면부 등 바디 설계가 나름 공기저항을 살핀 형태여서 주목할 만 했다. 주행 시 진동(vibration)도 FH처럼 거의 없었다. FH, FM, FE, FL 모두 기존 디젤 트럭들을 대체할 경쟁력을 갖춘 모델들이다.

‘중대형 전기 트럭’ 국내서도 ‘성장’할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작 SF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당시 컴퓨터그래픽(CG) 수준을 읽을 수 있을만한 다양한 전기 차량들이 스크린을 스쳐 지나간다. 특히 비오는 장면에선 도심을 관통하는 전기택시·상용차들이 등장하는데 이 같은 ‘SF(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봄직했던 전기차들은 2022년 현재 전 세계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 만큼 전기차 기술 개발이 고도화를 잇고 있는 것이다.

볼보 중형 전기트럭 캡 루프 높이는 적당하다. 사진 | 손재철기자


‘전기차(EV)’를 상상 속 이미지라고 평가절하했던 시절은 가고, 이젠 중대형 트럭 카테고리에서도 기름 한 방울 안쓰고 오로지 전기로만 주행하는 차량들이 양산, ‘대중화’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볼보 전기트럭 중형 모델이 서킷 주행을 위해 주차 공간에서 스타트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볼보트럭은 이 흐름을 선제적으로 간파한 대표 주자다. 또 배기가스 ‘제로’라는 지구촌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는 점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이번에 시승해본 ‘FH 일렉트릭’은 이 같은 미래 대형 전기트럭 개발 방향성에 가장 적절하게 부합한 형태였다.

볼보전기트럭 FH 일렉트릭 전면부에서 볼보트럭 스웨덴 본사 인스트럭터 직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한편 볼보트럭코리아는 오는 11월 이처럼 양산된 대형 전기트럭들을 스웨덴 본사에서 들여와 차량 인증 절차를 내년 한해 동안 밟은 뒤 2024년 내수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두고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는 앞서 독일 하노버 IAA 모터쇼에서 중대형 국내 전기트럭 시장 성장을 두고서 “1단계로 전기트럭 판매 시 충전기 설치 지원을 하고 2단계로, 국내 볼보트럭 31개 네트워크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환경부가 중형급 전기트럭 구매 보조금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키 것에 대해선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대형 전기트럭까지 정부 지원금이 확대되면, 국내 전기트럭을 통한 친환경 효과는 크게 늘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예테보리(스웨덴) 손재철기자 son@kyunghyang.com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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