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만 2500만원' 돈 때문에 꿈 포기하는 로스쿨 지망생들

김형환 2022. 10.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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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로스쿨 입학 학생 45.5%가 고소득층
학원 등 입학준비에 허리 휘는 지망생들
LEET 외 면접·논술 준비에도 추가 지출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딱 1년만 더하면 될 것 같았는데 경제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2년간 준비하다가 지난해 취업을 결정한 김모(30)씨는 이같이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그가 로스쿨을 준비하며 학원비로 쓴 돈만 1000여만원. 김씨는 코로나19로 부모님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결국 꿈을 포기했다.

법조인이 되는 관문인 로스쿨에 고소득층이 더욱 많이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 소득구간별 재학생 현황’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9~10분위)은 올해 1579명(45.5%)에 달했다. 2020년과 2021년 역시 40% 이상이 고소득층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원비만 2560만원...서울 떠나 귀향하기도

실제로 고소득층이 아니면 로스쿨에 입학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25개 로스쿨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변호사 자격 취득 비용은 1억9250만원에 달한다. 로스쿨 입학 전에 지출하는 학원비 등 입학 준비 비용 평균 2560만원, 로스쿨 학비 평균 4810만원, 생활비 평균 4930만원 등이 소요된다.

학비나 생활비의 경우 빡빡하지만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로스쿨생들의 반응이다. 학비의 경우 국가장학금과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로 해결이 가능하다. 생활비 역시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이나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충당할 수 있다.

문제는 입학 준비에 드는 비용이다. 로스쿨 준비생들은 입학을 위해 학원비·생활비·시험비 등 추가적으로 들어갈 비용이 많다고 호소했다. 로스쿨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박모(27)씨는 얼마 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갔다.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줄여보기 위해서다. 그는 “아무래도 서울이 정보가 많고 좋은 특강도 많아 남고 싶었지만 금전적 부담이 크다”며 “월세, 밥값이라도 줄여보려고 본가에 내려갔다”고 말했다.

로스쿨 준비생들은 학원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로 강남에 위치한 A학원의 종합관리반 수업은 1500만원에 달했다. 강남 B학원의 종합관리반 수업비도 10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면접·자기소개서 등 법학적성시험(LEET) 이후의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700만~800만원에 달하는 학원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

사교육 포기 못하는 로스쿨 준비생들

비싼 사교육비에도 로스쿨 준비생들은 학원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에 합격할 수 있도록 수 있도록 LEET 대비 수업은 물론 개인학습까지 철저히 관리해 주기 때문이다. 로스쿨 입학을 2년째 준비 중인 정모(29)씨는 이런 이유로 학원 등록을 결심했다. 작년에는 돈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인터넷 강의와 독학으로 공부해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정씨는 “올해 종합반 입학을 알아보고 있는데 자기소개서·면접·논술 준비에만 약 1500만원 정도가 들더라”며 “고민 끝에 부모님께 말씀드려 학원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스쿨 관련 학원 관계자는 “종합관리반의 경우 로스쿨 준비생들의 수요가 많다”고 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독학으로 LEET를 친 수험생들도 자기소개서·면접·논술 등을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LEET 이후 대학별 접수일정에 맞춰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논술·면접 고사에 응시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LEET까지는 어떻게든 본인 힘으로 해결했지만 이후 과정에는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LEET를 독학으로 준비했던 박모(27)씨는 최근 ‘포스트 리트’(LEET 이후 로스쿨 입시)를 위한 수업에 등록했다. 그는 “LEET는 독학으로 어떻게든 준비했지만 자소서나 논술, 면접은 정보가 생명”이라며 “결국 부담스럽지만 학원 수업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작용 탓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직장생활 등 경제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라인·야간 로스쿨이 자칫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에 입학해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선인데 현직을 병행하는 이들이 과연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좌절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며 “차라리 예비시험을 만들어 직장인이 로스쿨에 도전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열어주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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