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엉터리 선량계로 후쿠시마 오염수 검사..'문제없다' 설명" 

도쿄=이상훈 특파원 입력 2022. 10. 3. 14:10 수정 2022. 10. 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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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전력이 2011년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를 시찰하러 온 방문자에게 엉터리 선량계를 사용해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도쿄신문이 3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선량계로 기준치의 19배에 달하는 세슘이 들어간 오염수를 측정한 결과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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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 고농도 세슘 측정 못하는 '감마선 측정기'로 계측
日 언론 "처리수 해양 방출을 위한 조작 거짓말로 비춰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전경. 오염수는 파란색 탱크에 담겨 있다. 오쿠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도쿄전력이 2011년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를 시찰하러 온 방문자에게 엉터리 선량계를 사용해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도쿄신문이 3일 보도했다. 신문은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의 해양 방출을 위한 조작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는 전문가들이 비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2020년 7월부터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1300여 개 단체, 1만5000명에게 오염수가 든 유리병에 선량계를 갖다 대는 방식으로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시연을 했다. 그런 뒤 선량계가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시찰자 앞에서 방사선량 측정 시연을 위해 사용한 선량계는 감마(γ)선만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였다. 방사선에는 감마선 외에도 알파(α)선, 베타(β)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해도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은 베타선을 내뿜기 때문에 도쿄전력이 사용하는 감마선 선량계는 반응하지 않는다. 감마선과 베타선을 함께 방출하는 세슘 역시 도쿄전력이 시연회에서 사용하는 선량계로는 고농도가 아닌 한 반응이 없거나 미미하다.

쇼즈가와 가쓰미 도쿄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과학적으로 무의미하다”라며 “세슘이 1L당 수천 베크렐(Bq)이 있지 않은 한 선량계는 반응하지 않는다. 세슘이 배출 기준(90Bq)의 수십 배가 있어도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선량계로 기준치의 19배에 달하는 세슘이 들어간 오염수를 측정한 결과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은색 부대에 담긴 오염토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 중간 저장시설에 쌓여 있다. 오쿠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쿄전력은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데 사용한 고농도 오염수를 2회 이상 제염한 뒤 태평양에 해양 방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제염을 통해 제거되지 않는다.

도쿄전력 측은 “현장 시연은 인체해 영향을 미치는 감마선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게 목적이다. 베타선을 내뿜는 삼중수소가 방출 기준치를 넘고 있다는 것도 설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쪽짜리 선량계로 오염수를 측정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할 경우 자칫 조작, 거짓말로 비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올 6월 후쿠시마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를 공식인가 했다. 도쿄전력은 해양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을 공사 중이다. 도쿄전력은 이르면 내년 여름에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할 예정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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