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카슈끄지 암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애도 메시지에 '위선' 비판 쏟아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4주기를 맞아 트위터에 애도 메시지를 올렸다. 블링컨 장관은 4년 전 발생한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언론 자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위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정부가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와 책임 소재를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응당한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4년 전 카슈끄지 암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면서 “자말을 애도하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인권 운동가와 언론인, 그리고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려는 이들을 계속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출신 미국인으로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다. 사우디 왕조, 특히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비판적이었던 그는 2018년 10월2일 튀르키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튀르키예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고 주장했으며, 사우디가 카슈끄지를 암살했다는 정황과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미 정보 당국도 지난해 2월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했으며,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을 승인한 배후라고 지목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에도 카슈끄지 암살 3주기를 맞아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인권과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애도 메시지에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카슈끄지 암살 배후인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면서 사우디를 국제무대에서 ‘왕따’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과 달리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나눈 ‘주먹 인사’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것은 원유 가격 안정과 중동 지역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는 비판이 쏟아지자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을 때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고 밝혔지만, 사우디 당국자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카슈끄지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블링컨 장관이 올린 트윗에 ‘위선적’이라고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린 것은 이 때문이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맞는 말이지만 당신의 대통령은 사우디에 가서 살인자와 마주 앉았다”고 지적했고,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언론 자유를 강조한 부분도 미국 정부가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호주 언론인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 간첩 혐의 등을 씌워 미국으로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어산지는 2012년부터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체류하다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어산지를 미국 법정에 세워야 한다면서 그의 미국 송환을 추진 중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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